中중추절 연휴 내내 시위...홍콩 사태 15일 최대 분수령 맞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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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9-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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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리 람 송환법 공식 철회 뒤에도 시위...13일 중추절에도 집회

  • 시위대, 행정장관 직선제 등 나머지 4개 요구사항 수용 요구

  • 15일 역대 최대 규모 시위 예고...경찰, 시위·행진 금지 조치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시작된 홍콩 주말 시위가 어느덧 15주째 접어들고 있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한 후 시위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위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이 추석인 중추절 명절을 맞은 가운데도 행정장관 직선제 관철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는 계속 이어졌다. 사실상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제도)'라는 중국의 홍콩 통치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 정치적 자치권을 얻겠다는 얘기다. 시위대는 홍콩 정부의 송환법 공식 철회와 함께 주장해온 행정장관 직선제 등 나머지 4가지 요구사항이 모두 수용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기자회견 하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AP·연합뉴스]


◆캐리 람, 송환법 공식 철회한 이유는?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4일 당초 시위를 촉발한 송환법의 철회를 전격 선언했다. 송환법 철회 결정은 급속히 가라앉고 있는 홍콩 경제에 대한 우려와 코앞으로 다가온 신중국 건국 70주년(10월 1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부담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약 석달간 지속된 시위가 송환법 철회 없이는 진정되기 힘들다고 판단했음직하다.

지난 6월 9일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 100만 명이 모여 시작한 평화시위는 갈수록 거세졌다. 시위 과정에서 국제공항이 마비되고, 주말마다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반복되면서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시위 사태로 홍콩 관광산업은 2003년 전염병 사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8월 한 달간 홍콩을 찾은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0% 가량 줄었을 정도다. 소비 위축, 자금 유출 등이 이어지며 홍콩 경제를 위협했다.

그동안 군대를 동원한 직접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시위대를 압박했던 중국 정부 역시 사태 장기화와 홍콩 민주화를 압박하는 국제 여론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콩 시위는 내달 1일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대대적 열병식을 통해 국력을 과시하려던 중국 정부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
 

12일 홍콩 IFC 쇼핑몰에 모인 민주화 시위대가 최근 홍콩 저항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노래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을 부르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송환법 철회 외 시위대가 요구하는 4가지는? 

홍콩 시위대는 여전히 당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송환법 공식 철회 이외에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4가지를 더 요구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13일에도 5대 요구사항 모두를 정부가 수용하라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홍콩 젊은 세대들은 일국양제가 끝나는, 다시 말해 홍콩의 자치권이 완전히 사라지는 2049년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했던 '우산혁명'이 실패한 이후 억눌렸던 홍콩인들의 민주화 열망이 이번 시위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던 베니 타이는 "송환법 철회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며 "정부는 2014년 8월 31일 결정을 철회해 보통선거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 주권 반환 협정에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으나,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014년 8월 31일 선거위원회를 통한 간접선거를 결정한 바 있다. 
 

홍콩 중고등학생들이 9일 경찰의 시위대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뜻에서 '인간 띠'를 이루며 시위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15일 대규모 시위 예고...홍콩 사태 최대 분수령될 듯

15일에는 2주에 걸친 대학들의 동맹휴학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폭력사태 등을 우려해 이날 도심 집회를 불허한 터라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여하에 따라 15주째를 맞은 홍콩 사태가 새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경찰이 시위와 행진을 금지한 건 지난달 31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시위대는 종교집회로 형식을 바꿔 최소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서는 가두시위를 벌였고 이어 이달 1~2일 이틀간 공항을 점거, 2~3일엔 총파업과 동맹휴학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람 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한 뒤 시위 열기가 꺾인 건 사실이다. 홍콩 시위대 규모는 지난 6월 9일 100만명, 같은달 16일 200만명, 지난달 18일 170만명에 달했지만, 송환법 철회 선언 이후에는 종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신중국 건국 70주년인 10월 1일 전에 홍콩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회유와 압박을 총동원하고 있다. 송환법 철회로 홍콩 시위를 진압할 명분을 얻게 되면서 폭력 시위 주도자들을 대거 체포함과 동시에 홍콩의 일반 시민과 학생 등 중도층과 온건파 시위대에 대해서는 질서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이달 내 홍콩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시위대가 지난 주말 성조기를 흔들고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 법안' 통과를 촉구한 사실에 주목하고, '외세 개입 반대'와 '매국노 처단'을 명분을 내세워 적극적인 검거 작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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