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새로운 관세 체계를 도입하며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정부가 대미 투자 실행 시점을 앞당기며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 안보 협력을 지렛대로 삼아 관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미 투자 앞당기는 정부…관세 압박 대응 본격화
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며 실행 준비에 착수했다.
대미 투자는 산업통상부 산하 사업관리위원회에서 후보 사업을 검토한 뒤 재정경제부 산하 운영위원회가 전략적 타당성 등을 심의하는 구조다. 이후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중심으로 투자가 본격화되는 만큼 일정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협의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식 등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양측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국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의 대규모 대미 투자 이후 한국에 대한 압박이 한층 강화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과 일본은 관세 합의에 따라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협상에서 한발 앞서나간 모습이다.
1·2차 프로젝트를 합치면 총 1090억 달러 규모에 달하며, 이 가운데 97% 이상이 발전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를 두고 미국이 전력 부족을 국가 안보 위기로 인식하고 동맹국의 에너지·인프라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 역시 에너지 투자 카드를 활용해 통상 협상에 대응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대미 투자 1호 루이지애나 LNG 유력…“2호 동시 공개 필요”
현재 가장 유력한 대미 투자 1호 사업은 미국이 제안한 루이지애나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미국 남부 걸프 연안에 대규모 LNG 수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평가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미국 측 제안을 토대로 해당 프로젝트를 후보군에 올리고, 관련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규모는 우리나라가 연간 대미 투자로 감당 가능한 200억 달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부는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이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LNG 운반선 건조, 액화·저장 설비 기자재 수출, 장기 LNG 구매 계약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투자 실행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국내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플랜트·철강 등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와 연계돼 경제적 효과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장기 LNG 물량 확보를 통해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LNG 가격 안정과 에너지 공급 안정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투자 발표 시점과 방식이 향후 한·미 통상 관계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1·2호 프로젝트를 동시에 공개해 협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세 인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1호 투자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며 "글로벌 정세가 복잡해진 만큼 투자 계획을 전략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미 투자 1·2호 프로젝트를 동시에 발표하는 것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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