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교재·학비 없는 3無학교 ‘에콜42’…게임하듯 과제풀며 창의력 발휘”

윤상민 기자입력 : 2019-09-09 01:00
니콜라 사디락 에콜42 공동설립자 겸 초대교장 인터뷰 ‘e-Learning Korea 2019’ 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전향적 교육 강조 전통적 지식 전수 아닌 공동작업 통해 IT, SW 미래 인재 양성 “다가올 세상에서 지식은 의미 없어...대학 크기도 줄여야”

니콜라 사디락 에콜42 공동설립자 겸 초대교장[사진=윤상민 기자]

‘에콜42’에는 교사가 없다. 교사도 교재도 없고, 심지어 학위도 없다. 교육이 이뤄질까? 학생들은 어떻게 학습하는 것일까? 니콜라 사디락 에콜42 공동설립자가 ‘거꾸로’ 생각해 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걷거나 말을 배우는 데 선생님 없이 스스로 터득하는 걸 보면 인간은 적극적인 학습자”라며 “에콜42에서는 모든 과정을 ‘놀이’로 만들기에 어떤 문제가 주어지고 해결되기 원한다면 학생들이 함께 도전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만약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건 협업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학생들은 정규과정의 두 배가 넘는 주 60~70시간을 자율적으로 학습한다. 물론 등하교 시간도 자율이다.

지난 6일 교육부가 주최한 ‘e-Learning Korea 2019’ 콘퍼런스에 기조강연자로 참석한 니콜라 사디락 ‘에콜42’ 공동설립자는 인공지능(IT)이 바꿀 미래의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 방법은 전통적인 지식의 전수가 아닌 공동작업이다.

사디락 에콜 42공동설립자는 5일 한국에 도착해 콘퍼런스 다음 날인 7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하는 바쁜 일정이라고 말했지만, 인터뷰 내내 웃음과 진중함 그리고 그의 새로운 교육적 시도인 에콜42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났다. 물론 여기까지 오기 위해 니콜라 사디락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애완동물가게 점원을 프랑스 최대 통신회사 IT 전문가로 키워
소프트웨어(SW) 전문가였던 사디락은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 프랑스, 일본의 최고 수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다. 그의 SW, IT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학생은 비싼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 가정의 자녀들뿐이었기 때문이다.

한 프랑스 재단이 그의 뜻에 공감했다. 연 100명의 학생을 후원하기로 약속한 것. 프랑스는 의무교육이 16세면 끝난다. 집안 형편 때문에 그 나이에 학교를 떠나야만 하는 학생들을 위해 사디락은 대학 커리큘럼을 단기로 재구성했다. 거친 원석 같은 학생들이 학교에 왔고 2년 후 첫 졸업생부터 취업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에콜42[사진=에콜42 홈페이지]

사디락은 첫 졸업생의 취직 후 해당 회사 CEO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번에 우리 통신 회사 IT팀에 합류한 학생이 정말 전에 애완동물가게에서 일했던 것 맞나요? 이 한 명만 특출난 건가요? 졸업생이 몇 명입니까? 100명이요? 우리 회사는 이런 학생 1만명이 필요한데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무(無) 교사·무 교재·무 학비. 3년제 3무(無)학교 에콜42는 이 전화 한 통으로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됐다. 오로지 1만명의 IT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 그것 하나였다. 연 40억 유로의 매출을 달성하는 프랑스 통신회사에 입사 후 미국 출신을 비롯해 최고 전문가들만 모인다는 IT팀에 합류한 졸업생. 40대 개발자가 대부분인 팀에서 스물셋 그녀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비에 니엘 프리 통신 회사 CEO는 사디락에게 SW, IT인재의 대량 양성을 부탁했다.

◆無 교사, 無 교재, 無 학비··· 3無학교 에콜42
에콜42에 입학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은 없다. SW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된다. 연령만 18~30세로 제한했다. 프랑스 법상 18세 미만은 까다로운 법 절차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학생 선발은 2차에 걸쳐 이뤄진다. 1차 지원자들은 간단한 비디오게임 등을 통한 인지능력을 측정받고 이 중 20%가 통과한다. 이들은 2차 4주간의 합숙과정에 들어가고 여기서 그룹활동으로 소트프웨어를 만들도록 한다. 모든 단계를 통과한 학생이 최종 선발되며 매해 1000명이 입학한다. 4주간의 2차 선발과정에서 꼼꼼히 검증하기에 중도 탈락자는 거의 없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콜42[사진=에콜42]

그는 지식 그 자체만으로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한다. 정보통신기술(IT)에서 지식은 오히려 위험하다는 얘기다.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이다. 수학적 개념도 마찬가지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소프트웨어(SW)에 대한 지식전수는 의미가 없다"며 "협업과 소통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 학생들이 자신감이 생기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의 대학을 경험한 사디락은 대학이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지만 대학 시스템과 교수의 역할이 맞물려 있는 복잡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는 “대학의 크기가 너무 커서 볼륨을 좀 줄일 필요가 있다”며 “교수도 스스로를 다 아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지식 전달에만 신경을 쓰는데 다가올 세상에서 그 지식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다른 길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디락은 표준 교육모델을 지양하고 ‘적극적 교육학’을 주창하는 교육 혁신가다. 그는 현재의 경제현실에 대한 감수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의 재능을 발현시키기 위한 새로운 학습철학을 에콜42에서 시도했고 구현해냈다. 그가 지향하는 교육방식은 게임을 즐기는 방식과 유사하다. 문제가 주어지면 해결하고 다음 도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는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예로 들며, 게임의 속성이 다 그렇듯 도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게임은 사실 IT 작업의 도전들보다 훨씬 복잡하다. 사디락은 "그런데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게임을 한다. 즐겁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전통적인 교육과정에서 사람이 학습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라며 "강요와 겁박. 대부분 교육기관이 그렇다. 못하면 실패하고, 학위를 못 받게 되면 일자리를 못 찾을 테니 가난해질 거라는 얘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관점에서 사디락 공동설립자는 에콜42 학생들의 강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에콜42 학생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협력적 경쟁자’”라며 “에콜42의 이름처럼 42개의 도전과제를 풀어나가면서 학생들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체득한다”고 말했다.
 

에콜42는 2019년 현재 전 세계 20여개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추후 아프리카로의 진출도 예정돼 있다.[사진=에콜42 홈페이지]

◆“마라톤 효과가 에콜42를 이끌어가는 동력”
인공지능(AI)과 공존하는 시대를 앞두고 잘못 학습된 AI가 인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 어느 때보다 개발자의 윤리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지금, 에콜42 학생들은 윤리와 도덕을 어떻게 배울까. 교사와 지침도 없는 상황에서.

사디락 공동설립자는 한 마디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교사가 있다면 진실만을 말할 것이다. 학생들끼리 있으면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고 이게 어떨지, 저게 어떨지 복잡한 상황에서 의사결정도 내려야 하고 테스트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디락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면서 혼자 하면 어렵다는 것을 배우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한 번은 받아들여질 수 있어도 두 번은 안 된다는 걸 체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에콜42에서 학생들이 소프트웨어로 프로그램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에콜42 홈페이지]

그는 ‘마라톤 효과’가 바로 에콜42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마라톤 효과는 달리기를 할 때 혼자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할수록 효과적이며, 그룹으로 있을 때 자신의 심리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심리학 용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과 그룹 활동이다. 에콜42는 현재 전 세계 20개국에서 1만여명의 IT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는 11월 에콜42를 벤치마킹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출범한다. 강좌 수를 에콜42의 절반인 21로 줄이고 자체 개발한 강좌를 더해 2년제로 운영한다. 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가 초대학장을 맡았다. 사디락 공동설립자는 “에콜42와 전 세계 분원들은 민간에서 시작했는데, 한국은 국가가 주도를 한다는 차이점이 있어서 어떤 성과를 도출해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니콜라 사디락 에콜42 공동설립자 겸 초대교장[사진=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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