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화 기업/르포] 아모레 어린이집 “국공립보다 보육교사 많아”...‘맘’ 놓고 일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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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09-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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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1세부터 만3세까지 80여명 인원 수용…최신식 시설에 건축가들도 엄지척

  • 아이들 발달과정 기록물로 남겨…열린 공간으로 운영해 학부모 언제든 방문

  • 서경배 회장 “꿈 키우는 사람 주인되는 건물”…경영철학 축소판

‘아기는 이제 엄마를 떠나. 엄마는 회사에 갔어. 이제 혼자 있을 수 있어. 엄마가 보호해줘서 힘이 생겼어.’

3일 오전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 게시판에 아이들의 대화를 옮겨 놓은 문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일하는 사이 오늘도 이곳에서 꿈을 키우고 자립심을 길러간다. 

아모레퍼시픽 어린이집은 신용산 사옥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다. 992㎡(300평) 규모의 최신식 시설에 80명의 원아를 수용하고 있다. 인가정원은 94명이지만 아이 1인당 더 넓은 공간을 주기 위해 인원을 과감히 줄였다. 만1세부터 만3세까지(3~5세)로 구성되며, 6학급으로 이뤄져 있다. 원아 입학 기준은 아모레퍼시픽 종사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이뤄지며, 한 번 입학한 원아는 만3세까지 이용 가능하다. 

보육교사는 미화 2명, 조리사 2명, 영양사 1명을 포함해 모두 20명이다. 교사 1명당 아이 4명을 돌보는 셈이다.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보육교사가 많은 이유는 학부모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아이들을 돌보기 때문이다. 끼니도 아침, 점심, 오후간식, 저녁 등 총 4끼니를 챙긴다. 

시시때때로 산책하러 나가며, 작은놀이터와 큰놀이터에서 유아 발달과정에 맞는 놀이도 진행한다. 40평형 큰 놀이터에는 3000만원에 달하는 미끄럼틀 등 대형 놀이공간이 조성돼 있다. 이날은 작은놀이터에서 곧 다가올 추석을 맞아 아이들은 전통 놀이를 하며, 한복 입기 연습에 한창이었다.  아모레퍼시픽 어린이집의 모든 공간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가구는 모두 가공을 거치지 않은 원목을 사용했으며, 단조롭지 않도록 모두 8가지 계열의 색상으로 교실을 꾸몄다.

아모레퍼시픽 신용산 사옥 2층에 위치한 어린이집 내 아뜰리에 공간. [사진=아모레퍼시픽]

모든 벽에는 건축가와 오랜 상담 끝에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모듈형 원목 선반을 마련했고, 만1세~만3세 발달 과정에 따라 공간도 달리 꾸몄다. 대표적인 예가 사물함이다. 만1세의 경우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사물함을 배치하는 대신 아래는 벽에 구멍을 뚫어 커튼을 달았다. 독립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대신, 연령이 높아질수록 개별 정리도구함을 아이 눈높이에 마련해 스스로 정리를 할 수 있게 했다.

보육실은 모두 남향에 배치해 아모레퍼시픽 통유리 건물의 장점을 살렸다. 창 앞에는 리놀륨 소재로 바닥을 깔아 발코니 느낌을 냈다. 양수정 어린이집 원장은 “창을 크게 내면 아이들이 산만해져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남향의 큰 창에서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라고 넣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창작 욕구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대형 아틀리에(작업 공간)도 보유하고 있다. 양 원장이 가장 공들인 공간이며, 건축가들이 엄지를 세우는 곳이다. 정중앙에는 긴 종이띠로 아이들이 표현한 1년짜리 프로젝트 창작물을 전시했다.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이 창작물을 만들고 보며 하는 대화 및 사진까지 일일이 기록해둔다. 보존 욕구가 강한 아이들을 위해 같은 주제의 창작 활동을 지속하며, 그 과정을 격려해주고 토론하는 게 양 원장의 보육 비법이다. 양 원장은 “성인이 가진 정해진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꼼꼼한 기록물은 여러 권의 책으로 쌓여 있었다. ‘열린 어린이집’으로 운영하는 만큼 학부모들은 언제든지 와서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아이가 졸업할 때쯤엔 모두 3권으로 늘어나는데, 학부모에게 선물한다. 양 원장은 “학부모님들도 아이를 처음 키우다보니 발달 과정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한다”면서 “점심시간 워크숍을 열기도 하는데 참고 자료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룹 관계자는 “어린이집은 서경배 회장이 늘 강조하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품고 아름다운 꿈을 창조하는 본사 그리고 꿈을 키우는 사람이 주인이 되고, 공간 안에 머무르는 사람이 중심되는 건물이라는 경영철학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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