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문닫은 제철소에서 열리는 올림픽" 친환경·하이테크 도시로 거듭나는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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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8-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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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처럼 깨끗하게" 베이징 동계올림픽 화두는 친환경·재활용

  • "생태로 미래를 이겨내자" '불모지'에서 열린 세계원예박람회

  • 中 하이테크발전 축소판···'중국판 실리콘밸리' 중관촌

중국 수도 베이징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20㎞가량 떨어진 스징산 근처의 서우강(首鋼) 제철산업 단지.  1919년 설립된 100년 전통의 서우강은 중국 국유 제철기업이다. 연간 철강 생산량이 한때 3000만t에 달했다. 그야말로 중국 산업화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과거 1500℃가 넘는 쇳물이 콸콸 흘렀지만 지금은 차갑게 식어버린 용광로, 먼지 쌓인 냉각탑, 흉물처럼 방치된 철골 구조물이 남아있는 이곳은 현재 거대한 '겨울 스포츠 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기자가 찾은 이곳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꽃 단장' 중이었다. 서우강 제철단지는 베이징이 고속성장 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녹색도시로 변모하는 데 있어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다.
 

과거 제철소였던 이곳이 겨울스포츠 공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눈'처럼 깨끗하게" 베이징 동계올림픽 화두는 친환경·재활용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 과정에서 특히 베이징은 공장 굴뚝과 자동차에서 쏟아져 나온 매연에 ‘스모그 도시’로 악명을 떨쳤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구조 조정을 통해 환경오염이 심한 철강, 석탄 등과 관련한 기업을 베이징 외곽으로 이전시켰다.

서우강 제철단지 역시 인근 허베이성으로 옮겨졌다. 지난 2010년 12월, 스징산 제철단지의 마지막 용광로 불꽃도 꺼졌다.

8㎢ 면적의 폐쇄된 제철소는 한때 흉물처럼 방치됐다. 하지만 곧바로 철거되진 않았다. 중국 정부는 대신 이 거대한 제철단지를 올림픽 공원으로 개조시키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서우강 제철단지에 아직 흉물처럼 남아있는 철골 구조물. [사진=배인선 기자]


과거 철광석이 잔뜩 쌓여있던 보관창고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동으로 탈바꿈했다. 곳곳의 노후공장 작업장은 개조돼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컬링, 아이스하키 종목이 개최되는 경기장, 혹은 국가대표 선수 훈련기지로 '변신' 중이다. 이곳에 새로 설치되는 스키점프 경기장은 올림픽 폐막 이후에도 허물지 않고 계속해서 재활용된다.  

서우강 제철단지 내 세워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홍보간판.[사진=배인선 기자]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이념으로 녹색·공유·개방·청렴, 네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림픽 개최 준비 과정에서 친환경적 설계와 엄격한 예산관리, 개최비용 절감을 강조하며 “'눈'처럼 깨끗하게 치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중국은 친환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수영 경기장이었던 수이리팡(水立方)은 컬링 경기장으로, 농구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우커쑹체육관 바닥은 얼려서 아이스하키 경기장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개·폐막식장이었던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일명 냐오차오(鳥巢)는 2022년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장소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저 멀리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냐오차오)와 수영경기장(수이리팡)이 보인다. 이곳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에도 재활용된다. [사진=배인선 기자]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총계계획부 책임자 구이린(桂琳)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예산은 아마 평창올림픽과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저비용·친환경 올림픽을 지향했다. 개·폐회식 예산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10분의 1 수준인 600억원까지 줄였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1715억원)보다도 적은 예산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가 1년 반이 지난 현재 평창 알파인센터 등 동계올림픽 유휴시설은 사후 활용방안이 여전히 부재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평창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베이징이 과연 평창이 못 다 이룬 저비용·친환경올림픽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중국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이 고속 경제성장의 성과를 전 세계에 과시하는 장이었다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중국의 친환경·녹색 이미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생태로 미래를 이겨내자" '불모지'에서 열린 세계원예박람회

베이징의 녹색도시 이미지는 지난 4월 말부터 열리고 있는 베이징 세계원예박람회에서 직접 눈으로 학인할 수 있었다.

'녹색생활, 아름다운 삶의 터전(綠色生活 美麗家園)'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박람회엔 전 세계 약 110개국과 국제기구가 전시에 참여, 100여개 전시구에서 1200여종의 식물을 선보였다. 박람회장 총 면적만 960헥타르, 축구장 1200개 크기에 달한다. 하루에 다 둘러보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개최 기간 열리는 행사만 족히 2500개가 넘는다. 

중국이 세계원예박람회 개최에 이토록 공을 들인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시진핑 주석이 박람회 개막식 축사에서 말한 대로다. 그는 "무질서한 개발을 중단하고 녹색발전을 통한 번영을 추구하자”고 강조했다. ‘아름다운 중국’을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방문한 베이징 세계원예박람회장 곳곳에선 ‘아름다운 중국’을 향한 중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박람회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중국관’은 '숨쉬는(呼)', '살아있는(生)' 녹색건축 설계에 초점을 뒀다. 돌, 나무를 외벽으로 사용하고, 빗물을 재활용하고, 태양광으로 전력을 운영하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관 지붕엔 모두 1024개의 태양광전지가 설치됐다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과거 삼림률이 7%도 되지 않던 옌칭은 오늘날 삼림녹화율이 70%가 넘는 생태지역으로 변모 중이다. 옌칭의 예야후 자연습지보호구역. [사진=배인선 기자]


세계원예박람회장이 베이징 도심에서 70㎞ 넘게 떨어진 서북쪽 외곽 옌칭구에 위치한 데도 다 의미가 있는 듯했다.

옌칭은 베이징에 속해 있긴 하지만 번화와는 거리가 먼 빈곤 지역이었다. 그저 바다링(八達嶺) 만리장성, 룽징샤(龍慶峽) 등 관광명소가 있는 곳쯤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특히 서북쪽에 위치한 탓에 네이멍구 사막에서 불어온 황사의 직격탄을 맞는 곳이다. 70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삼림면적이 전체의 7%도 안 되는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땅을 파고 수로를 놓고 나무와 풀을 심는 피나는 노력 끝에 옌칭을 삼림녹화율이 70%가 넘는, 그야말로 사방천지가 녹색으로 우거진 생태 지역으로 거듭나게 했다.

세계원예박람회장을 둘러보던 중 벽에 걸린 문구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用生態 赢得未来(생태로 미래를 이겨내자)'다. 녹색성장,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해 '환경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의 미래를 원예박람회장에서 엿볼 수 있었다.

베이징 세계원예박람회장에서 눈에 띈 '‘用生態 赢得未来(생태로 미래를 이겨내자)'는 문구. [사진=배인선 기자]


◆中 하이테크발전 축소판···'중국판 실리콘밸리' 중관촌

수천년 역사를 가진 고도(古都) 베이징은 최근 하이테크 산업 발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베이징 북서쪽에 위치한 중관촌(中關村)은 중국 하이테크 산업 발전의 축소판이나 다름 없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자상가에 불과했던 이곳은 2009년 중국 국무원에 의해 국가급 자주혁신시범구로 지정돼 오늘날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후룬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중관촌에 있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만 82곳으로, 중국에서 가장 많다.

중관촌 국가자주혁신시범구 전시센터는 중국 하이테크 기업의 최첨단 기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들어가자마자 '유우(優友, 우수한 친구)'라는 이름의 로봇이 방문객을 반긴다. 중관촌에 입주한 캉리유란로봇과기공사에서 개발한 것이다. 춤과 노래는 기본이고 방문객들과 대화도 주고받을 수 있다.

중관촌 국가자주혁신시범구 전시센터에 들어가자마자 로봇이 방문객을 반긴다. [사진=배인선 기자]


전시 센터 곳곳을 돌아다니는 스마트 무인청소차 '워샤오바이(蝸小白)'도 눈에 띈다. 중국 자율주행 기술업체인 아이드라이버플러스가 만든 것으로, 현재 인근 칭화대나 베이징 올림픽공원, 세계원예박람회 등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또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겐 실시간으로 중국어·영어를 통역해주는 인공지능(AI) 통역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제공된다. 중국 인터넷기업인 써우거우에서 만들었다. 안내원이 하는 설명이 그대로 영어로 통역돼 스마트폰 화면에 텍스트로 나타나는 것은 물론, 이어폰을 통해 음성으로도 전달된다.

중관촌 국가자주혁신시범구 전시센터 방문객에게 제공되는 AI통번역기.[사진=배인선 기자]


이곳엔 바이두, 레노버, 징둥, 쾅스(메그비), 바이트댄스, 디디추싱, 커다쉰페이, 아이소프트스톤 등 베이징 중관춘에서 탄생한 하이테크 기업 전시부스가 각각 마련돼 있다. 중국 AI 간판기업 바이두의 자율주행 자동차, AI 스타트업 바이트댄스의 안면인식 기술, 의료 AI기업 톈즈항(티나비)의 의료 전문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중관촌 자주혁신시범구에서도 핵심은 중관촌 소프트웨어단지다. 2.6㎢ 면적의 이곳엔 600여개 국내외 유명 IT기업 본사나 글로벌 R&D(연구개발) 센터가 몰려있다.  바이두, 디디추싱 등 이곳에 입주한 기업은 주로 정부가 추진하는 IT 정책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리쥔웨이 중관촌 소프트웨어단지 산업서비스부 담당자는 "현지 정부의 IT 관련 사업 프로젝트를 중개해주는 한편 교육, 생활서비스 방면에서 여러 가지 우대혜택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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