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적 사고→주권국 권리" 中 '지소미아' 입장 반전…習 방한 앞당겨지나

베이징=이재호 특파원입력 : 2019-08-25 12:04
中전문가, 한미일 동맹 균열 VS 美 중재 나설 것 美 견제·韓 포섭 호기 판단, 習 조기 방한 가능성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방중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2일 리커창 중국 총리를 예방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미·일 3국 간 공조 체제가 다소 헐거워진 틈을 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며 대미 견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여전히 커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중국 전문가들도 많다.

◆中, 지소미아 종료 영향 '갑론을박'

25일 관영 CCTV 인터넷판인 앙광(央廣)망은 군사 전문가 두원룽(杜文龍)의 발언을 인용해 지소미아 종료가 한반도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두원룽은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일 3각 동맹이 '절름발이' 상태가 돼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이 한·일 양국을 통해 주변을 통제하려는 전략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북한 문제에 간섭하기 위한 능력도 저하될 것"이라며 "이는 남북 간 충돌 가능성을 낮춰 한반도 지역 정세를 완화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자 중국은 이 사실을 속보로 타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지만 구체적인 논평은 자제했다.

이튿날인 23일 중국 외교부의 겅솽(耿爽) 대변인은 "한 국가가 대외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거나 군사안보 협력을 중지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는 입장을 내놨다.

3년 전인 2016년 11월 지소미아 체결 직후 중국 외교부가 "냉전적 사고를 고집해 한반도의 대결 국면을 심화하고 동북아에 불안 요인을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비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자 관영 언론들도 지소미아 종료 뒤 역내 정세 변화에 다양한 의견을 전하기 시작했다.

군사 평론가인 쑹샤오쥔(宋曉軍)은 참고소식보를 통해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역내 동맹은 중요한 요소"라며 "한·일 관계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내부 모순이 출현한다면 미국의 구상은 물거품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동북아 지역 부분이 붕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중국 관영 언론과 전문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심 반기는 눈치지만,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경우 이번 사안의 영향력이 제한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리난(李枏)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신경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마찰 심화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지만 영구적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 연구원은 "한·일 간 경제 마찰 측면에서 미국이 나서긴 쉽지 않지만 군사안보 영역으로 확대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한·일 관계가 완전히 훼손되지 않도록 미국이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청년보는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동북아연구소의 판샤오쥐(樊小菊) 소장을 인용해 "(지소미아 종료 발표 뒤) 미국은 실망과 우려를 표명했지만 한국이 사전에 알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일 3국의 실질적 군사 협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판 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를 포함해) 지금까지 한·일 양국이 각자 한 수씩 내놓은 것"이라며 "향후 한·일 관계는 미국이 어떻게 하는 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조기 방한 현실화하나

중국은 한·미·일 3각 동맹에 생긴 균열을 파고들어 동북아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건 시진핑 주석이 방한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한·중 정상회담 개최 시점을 조율했다.

강 장관은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을 포함해 고위급 교류에 대해 중점 논의했다"며 "더 많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회담 직후 지소미아 종료가 발표되면서 중국 측의 행보가 다소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을 통해 한·중 관계 개선을 적극 도모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이후 양국 간 해묵은 갈등은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돼야 획기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양국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사드 갈등으로 받은 타격이 상당 부분 복원됐으며 앞으로 협력의 폭을 확대해 나가자는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전했다.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 사태,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등으로 미·중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이자 미국이 동북아에 형성 중인 중국 포위망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2017년 말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한 뒤 중국도 시 주석의 답방을 계획해 왔지만 시기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한·미·일 공조 체제에 틈이 생긴 현 시점이 시 주석이 방한할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와 컴패션의 따뜻한 동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제3회 서민금융포럼
    김정래의 소원수리
    아주경제 사진공모전 당선작 발표 안내 2019년 8월 23일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