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존슨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에 브렉시트 협정의 최대 쟁점이 된 '백스톱' 조항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해법을 찾는 것은 영국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해법 도출의 실패는 결국 영국의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백스톱' 조항은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에도 별도의 합의가 나올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사이에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 적용)'가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만든 대책이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협정에서 백스톱을 폐기하지 않으면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며 EU를 압박했지만, EU는 재협상은 없다고 맞서왔다.
메르켈 총리의 제안을 받은 존슨 총리는 "30일이라는 시간표에 만족한다"면서 독일의 요청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가디언은 메르켈 총리의 이날 제안을 두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미래관계 정치선언에서 영국과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고 존슨 총리를 찔러보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브렉시트 협정은 수정이 불가능하지만,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수정해 백스톱을 불필요하게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EU는 앞서도 브렉시트 협정 재협상은 불가능하지만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메르켈 총리가 큰 돌파구를 제시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BBC 역시 메르켈 총리의 제안이 흥분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브렉시트 협정에서 백스톱 조항에 그토록 강경한 데에는 이유가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또 현재로서 이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대안이 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BBC는 지적했다.
이날 저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브렉시트 조건의 재협상은 없다고 못 박으며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에서 기자들에게 "영국이 제안하는 조항의 재협상은 존재하는 옵션이 아니다. 그리고 이 점은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늘 분명히 해왔다"라고 강조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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