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에도 부는 '채식주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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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1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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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채식주의 바람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도 분다. 13일 미국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을 보면 비욘드인베스트먼트는 오는 9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 ETF'를 내놓기로 했다. 이미 대체육류업체 비욘드미트는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300개 종목 담은 비건·기후지수

비건 ETF는 미국 비건·기후지수를 좇는다. 지수에는 300여개 종목이 속해 있다. 비욘드인베스트먼트는 비건·기후지수에 연간 1000달러를 투자하면 동물 13마리를 도살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클레어 스미스 비욘드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는 "사회적으로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건 ETF를 내놓는 배경을 밝혔다.

비욘드미트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5월 2일 나스닥에 상장하자마자 공모가보다 160% 넘게 오른 65.75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이 2억 달러 이상이면서 상장 첫날 2배 넘게 오른 종목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약 20년 동안 없었다. 비욘드미트 공모가도 희망범위 최상단인 21달러보다 19%가량 높은 25달러로 잡혔었다. 이 회사 주가는 7월 들어 23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주가는 블록딜(대규모 주식 매도) 소식에 꺾이기도 했다. 그래도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배다 7배가량 높다.

비욘드미트는 미국에만 3만5000여개에 달하는 거래처를 가지고 있다. 캐나다와 중국, 유럽, 중동에도 진출했다. 회사는 1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215%가량 늘렸다. 수익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매출총이익률도 같은 기간 11% 포인트 가까이 오른 26.8%를 기록했다. 2분기 들어서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배가량 증가했다.

창업 초기 투자에 따른 영업손실은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우려하는 시선은 많지 않다. 대체육류시장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 자료를 보면 미국 대체육류시장 규모는 2018년 14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5년 사이 해마다 15% 넘게 성장해왔다. 시장 규모는 2023년까지 5년 사이에도 연평균 14%가량 커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얼마 전 "올해가 비건의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동물 괴롭히는 회사 주식은 안 사

비건 ETF는 채식주의 관련업체 주식만 담지 않는다. 그런 종목만으로는 목표수익률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건·기후지수에도 애플이나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S&P500 대형주가 다수 포함돼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담지 않는 종목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동물을 착취하는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권 유린이나 환경 파괴에 연루돼 있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군수업체 주식도 안 산다. 이런 기업과 거래하는 회사 주식까지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피 종목에 많은 돈을 빌려준 금융사도 지수에서 빠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구나 미국 주식이나 ETF를 사고팔 수 있다. 더욱이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채식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동원F&B는 비욘드미트와 독점계약을 맺고 올해 3월부터 관련제품 판매에 나섰다. 롯데푸드와 CJ제일제당도 식물성 대체육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육식품과 하이즈, 비건팜도 마찬가지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소수 채식주의자를 위한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여겨져 왔지만, 앞으로는 규모가 꾸준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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