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일본 불매운동, ‘마녀사냥’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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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9-08-0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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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산업2부 유통팀 기자]

“한 놈만 팬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 나오는 명대사다. 극 중 무대포(배우 유오성)는 “혼자인데 여러 명과 싸워야 할 때는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딱 한 놈만 골라서 팬다”고 답하고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달 초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경제보복 조치로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한 이후, 기업들은 저마다 ‘자기 PR’에 나섰다. 토종임을 알리거나, 일본과 무관하다며 적극 해명을 하는 두 가지 경우다. 소비자들이 앞다퉈 “일본과 관련 있는 기업은 모두 혼쭐을 내주자”는 식으로 불매운동 분위기가 과열된 탓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발 빠르게 해명에 나선 회사들은 모두 우리 기업, 또는 한국 기업이 최대주주인 기업들이다. 이들 회사는 소비자 사이에 ‘일본산’ 관련으로 논란이 되자마자 즉시 입장을 표명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에 일본산 원료가 0.1% 들어간 사실이 문제가 됐다. 회사 측은 “햇반에 들어가는 미강 추출물의 양은 0.1% 미만이며, 생산업체는 후쿠시마에서 800㎞ 이상 떨어져 있다”고 해명했다. 명백한 우리 기업인 데다, 올해만 햇반·햇반컵반 등 쌀 가공제품 생산을 위해 국산 쌀 6만톤을 사용할 계획인데도 ‘0.1%’ 때문에 뭇매를 맞아야 했다.

또 다른 한국 기업 오뚜기는 일본산 즉석밥 제품 용기를 사용해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될 뻔했다. 오뚜기는 “용기 대부분은 국내산이다. 일본산은 경제보복 이슈 전에 발주한 것”이라며 “일본산 용기 사용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대표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한국 소비자에게 공식 사과하는데 무려 한 달을 끌었다. 불매운동 초기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에 기름을 부었는데도 말이다. 매출이 추락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뒤늦게나마 2차 사과문을 냈다.

일본 맥주회사들도 잠잠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사히맥주의 경우 롯데아사히주류란 한일 합작법인을 국내에 설립했지만, 2015년 3월 롯데가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에 경영권을 넘겼다. 한국 롯데가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으니, 아사히그룹은 나설 필요도 이유도 없을 것이다.

1970년대 일제강점기, 우리말 대신 일본어를 배워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기업의 창립 배경이나 일부 제품의 성분과 같은 지엽적인 부분에 얽매이면 일본 불매운동 또한 지치기 쉽다.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선례’를 남기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다.

 

18일 세종시 유니클로 세종점 앞에서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관으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에서 세종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2019.7.1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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