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무슬림 따르는 '샤리아 ETF' 美 상륙… 세계 주류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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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19-07-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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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좇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주식시장에도 상륙했다. 샤리아 펀드는 2008년 금융위기에도 끄떡없었다. 이자놀이를 금지하는 샤리아 덕에 금융사에는 투자하지 않아서다. 미국 주식이나 ETF는 이제 우리 안방에서도 손쉽게 사고팔 수 있다.

◆무슬림국 아니어도 이슬람 금융 눈독

18억 신자를 가진 이슬람 금융은 이미 전 세계에서 눈독을 들이는 주류로 올라섰다. 새로 발행하는 수쿠크(이슬람 채권)나 샤리아 펀드는 곳곳에서 화제를 몰고 다닌다. 7월 들어서는 미국 주식시장에 직상장한 첫 샤리아 ETF도 나왔다.

22일 미국 금융정보업체인 ETF닷컴을 보면 이슬람계 투자사인 와헤드인베스트는 이달 10일 샤리아를 추종하는 '할랄 미국(US) ETF'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이 ETF를 내놓기 전에도 유럽에서는 비슷한 상품을 거래할 수 있었다.

'허용된 것'을 뜻하는 아랍어인 할랄 US ETF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US 샤리아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이 지수는 비이슬람식 은행이나 금융, 보험사 주식을 배제한다. 도박이나 술, 담배, 돼지고기, 비할랄식품, 무기, 포르노 관련업체도 뺀다. 재무적인 잣대도 깐깐하다. 부채비율은 33.3% 미만이어야 한다. 이자수익이 전체 이익 가운데 5%를 넘어서도 안 된다.

FTSE US 샤리아지수는 6월 말 현재 모두 220여개 종목을 담고 있다. 애플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1%로 가장 높다. 존슨앤드존슨(4.5%)과 엑슨모빌(3.9%), 프록터앤드갬블(3.3%)이 뒤를 잇고 있다. 지수는 이자로 돈을 버는 금융주를 한 곳도 담지 않았다.

◆IMF도 올해부터 이슬람금융원칙 도입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부터 이슬람 금융 원칙을 금융시장 건전성 평가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무슬림 국가가 아니더라도 오일머니를 유치하려고 수쿠크를 받아들이는 나라가 많아져서다. 영국은 2014년 2억파운드 규모로 수쿠크를 발행했다. 서구 국가 가운데 처음이었다. 일본은 이슬람 금융 거래를 허용하는 입법을 일찌감치 마쳤다.

수쿠크는 이자 대신 배당금을 줄 뿐 일반적인 채권과 다를 게 없다. 원금 회수도 어렵지 않다. 채권자는 실물자산을 채무자에게 다시 사들이게 하거나 시장에서 팔 수 있다. 사실상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셈이다. 투자위험을 이처럼 줄이면서도 수익률은 미국 국채보다 높다. 이슬람 금융은 금융위기 후폭풍에 시름하던 2008~2011년에도 해마다 20% 안팎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슬림 인구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 76억명 가운데 약 24%(18억명)를 차지했다. 무슬림 인구 증가율은 연간 18.7%로 세계 평균치(4.3%)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전 세계 할랄시장 규모는 내년 4400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나라도 2008년 수쿠크 발행을 논의했었다. 당시 다른 외화표시채권처럼 소득세와 법인세를 면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종교적 특혜'라는 반발이 불거져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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