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악화된 한일관계, 그래도 '민간외교가 중요'...타카스기 노부야 전 후지제록스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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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경 기자
입력 2019-07-1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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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말로 민간 외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타카스기 전 회장]


일본 정부에 의한 한국 수출 규제 강화는 양국 경제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정치와 외교갈등이 처음으로 양국의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교착상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후지 제록스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를 역임했으며, 한국에서 19년간 생활한 타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씨에게 현재의 일한관계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이번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해.
=강제징용 문제 및 한국 해군에 의한 자위대기 레이더 조사 문제 등, 우방국이라 말하기 힘든 행동을 취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응징 시책'이라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된다. 다만 경제인으로서 세계경제 및 일한경제협력・발전 등 글로벌한 관점에서 봤을 경우,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가 '전략'으로서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부메랑이 되어 일본에 돌아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는 4가지다.
무엇보다 일본의 국제적 신인도 하락에 대한 우려다. 일본은 지난달, 오사카 G20 행사에서 의장국으로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금번 조치는 일본의 국제적 존재감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세계적인 공급망에 대한 영향이다.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 분야 세계 점유율 1위다. 대 한국 수출 사무절차에 시간이 걸리게 되면, 리드타임(수주부터 납품까지의 기간)도 길어진다. 아울러 반도체 자재공급에 지장이 생기면, 사태는 일한 양국만의 문제를 넘어서게 된다.
세 번째는 일본기업에 대한 시각이 결여된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반도체 자재를 취급하는 일본기업에게 한국은 가장 큰 고객이다. 수출을 제한한다는 것은 당연히 일본기업에게도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만약 수출 규제로 인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한국기업이 국산화 및 자재 조달처의 다변화를 모색하는데 노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일본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측의 반발이 거세다. 서로간 보복으로 치닫는건 아닌지.
=한국이 지난 30년간 급속하게 변화했다는 점을 잘 모르는 일본인이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3만 달러(약 324만 7000 엔)를 돌파해, 일본과의 격차도 크게 축소됐다. 대일 컴플렉스도, 명확하게 일본보다 '한 단계 아래'였던 시절과 비교하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반면 변함없이 '한국은 여전히 가난한 나라'라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인이 많다. 이번 조치도 "어때, 큰일났지?"와 같은, '위에서 내려보는 듯한 시선'에서 나온 것이라면 반발은 당연히 예상된 것이다.

-양국의 정치, 외교가 어려워지면 질수록 양국 시민들간의 민간외교 역할이 중요해 진다.
=2005년부터 일한 전통 문화 등을 통해 양국 시민의 교류를 촉진하는 '일한 교류 축제'를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로 15번째를 맞이하는데, '축제'라는 캐주얼함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일한관계 개선이라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4년, '일한 축제'의 장에 예고없이 모습을 드러낸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벳쇼 주일대사와 대화를 나누는, 예상외의 해프닝이 있었다. 그리고 윤 장관은 다음해인 2015년 9월 말, 일한 축제에 공식 인사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그 해 11월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처음으로 응했으며, 연말 위안부 합의에까지 이르렀다. '일한 교류 축제'가 일한관계 정상화의 흐름을 만드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고작 축제, 그래도 축제(たかが祭り、されど祭り)'라고 할 수 있다.

-주한 일본 주재원들에게 한마디
=최근의 국제정세 속에서, 특히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일한이 서로 손을 맞잡고 협력하지 않는다면, 태동하는 패권국가 중국에 양국의 모든 것이 흡수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현 문재인 정부의 친북적이고 도덕적 정의 정책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주재원들은 현지 경제인, 시민들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협력을 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활동을 해나갔으면 좋겠다. (인터뷰 기자=坂部哲生)

<프로필>
타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
한국 후지제록스 전 회장 겸 CEO. 현재는 일본의 재단법인 아시아 유라시아 총합연구소 평(評)의원. 1966년 와세다 대학교 졸업 후, 후지제록스 입사. 캐나다, 미국에서 연수・주재원 후, 본사에서 회계, 기획, 영업 등을 경험. 98년 아시아 통화위기 시 회사재건을 위해 한국에 부임해 최우수 외국기업으로 대통령 산업포장 등 각종 상을 수상했다.
서울재팬클럽(SJC) 이사장 및 대통령 경제자문위원, 서울시 외국인 투자자문위원, 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등을 역임. 2005년부터 '일한 교류 축제'를 추진하고 있다. 09년에 서울시 명예 시민 칭호 수여. 15년에 기시다 외무대신상을 수상. 19년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17년 6월에 귀국. 저서로는 19년간 한국생활을 회고한 ''이웃나라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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