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발언대] ​신을 꿈꾸는 인간과 AI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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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림 기자
입력 2019-07-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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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환 한국리얼3D콘텐츠 제작자협회(KOREPA) 전문위원

설명환 문체부 KOREPA 전문위원

‘7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한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을 쓰는 별 중요치 않은 동물이었다. 이후 몇 만 년에 걸쳐 이 종은 지구 전체의 주인이자 생태계의 파괴자가 되었다. 오늘날 이들은 신이 되려는 참이다.’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원작 <호모데우스, Homo Deus>의 한 대목이다.

호모 데우스(Homo Deus)란, ‘호모(Homo)’는 사람을 뜻하는 학명이며, ‘데우스(Deus)’는 라틴어로 ‘신(God)’이다. 즉, ‘신이 된 인간’이라는 의미다.

얼마 전까지 굶주림, 질병, 전쟁과 싸우기에도 힘에 부쳤던 인간이 노화, 심지어 죽음을 상대로 맞서 영생과 불멸을 꿈꾸는 신이 되려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주인이 되었는지, 신을 꿈꾸게 되었는지 탐색한다.

그 배경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며 인간은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노화는 물론 죽음까지 기술적 문제로 보는 과학자가 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3년부터 인간에게 영원한 젊음을 제공하기 위한 회사 ‘칼리코(Calico)’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IBM 왓슨(Watson)과 같은 ICT가 의료산업과 융합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IT가 뿜어내는 빅데이터들은 AI을 통해 실질적으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삶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의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의료계의 패러다임은 단순한 진단과 치료에서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까지 고려해 환자별로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공하는 개인별 맞춤 치료로 전환되고 있다. 이른바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이다.

딥DDI, 하하하 얼라이언스 등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KAIST는 특정 약물이 음식이나 건강보조제, 약물 등 다른 성분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92.4%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AI ‘딥디디아이(DeepDDI, 이하 딥DDI)’를 개발했다. 딥DDI는 일종의 ‘AI 약사’다. 약물 A를 약물 B와 함께 사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그 원인, 약물 효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성분, 약리적 현상 등을 출력물에 표기해주어 효과 높은 맞춤형 약물 처방 서비스가 가능하다.

딥DDI에 주치약사와 단골약국의 감성을 더한 ‘하하하 얼라이언스(HAHAHA Alliance)’도 눈길을 끈다. 태전약품그룹 계열사인 오엔케이가 개발한 이 플랫폼은 약사와 직접 대면을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상호작용을 예측하거나 단순히 현상으로만 알려졌던 부작용의 원인을 자세히 상담 받을 수 있다. 하하하 얼라이언스는 ‘대한민국 단골약국’이란 선순환 플랫폼 구축을 위해 강오순 오엔케이 대표가 전국 약국을 돌며 약사를 만나 주치약사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직접 설득해 이뤄낸 성과다.

딥DDI와 하하하 얼라이스는 사회적 약자를 돕고 질병 치료에 기여하는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약사들은 읽어야 할 의학 저널이 너무 많아 정작 환자에게 쓸 시간은 부족하다. 약사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서 통찰력을 높여준다면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시시각각 발전하는 산업사회와 정보기술은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 슈퍼 컴퓨터급 스마트폰으로 집을 관리하고, 모든 것이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고, AI스피커가 친구가 되어 주는 시대다.

하지만, 정밀 의학에서 AI와 빅데이터는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지, 인간을 완전 대체하지는 못 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의 건강 증진과 약사의 관리 시스템을 더 향상시키고 사회적 가치를 견인하는 생태계 조성은 반가운 소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주요 임무가 ‘인간의 행복’이라면, 헬스케어 혹은 바이오 테크놀러지가 노화와 죽음을 정복하는 데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호모데우스>처럼 불멸까지는 아니라도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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