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한 달이 고비..."韓, 무역·기술전쟁 퍼펙트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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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7-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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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실무회의 공전...'철회 요구' 한일 진실공방

  • 미국도 규제 총력..."세계 경제 영향 불가피"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를 놓고 양국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첫 실무협의는 탁상공론 끝에 한국의 '철회' 요구 여부를 둘러싼 진실공방만 남겼다. 한·일 갈등 장기화 조짐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한 달이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평행선 달리는 한·일 갈등...'한 달'이 고비

산케이신문, NHK 등 일본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한·일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여했던 이와마쓰 준(岩松潤)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과장은 1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측이 '문제제기'를 하긴 했으나 '(규제) 철회'를 요구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수출 규제 관련 첫 실무회의가 끝난 뒤 한국 정부 대표단이 "한국 측의 '철회 요구' 발언은 없었다"는 일본 측의 주장을 일축한 데 대한 반박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 정계와 재계에서도 이번 조치의 효용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 우려...일본의 존재감 약화도 (우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대 한국 수출 규제가 일본 기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 달이 한·일 갈등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당장 오는 18일은 일본 외무성이 자체적으로 정한 추가 규제 조치의 데드라인이다.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으면 추가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나 추가 경제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21일에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아베 신조 정권이 이번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시점이 참의원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선거일을 전후로 어떤 카드가 또 나올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24일에는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한다. WTO 일반 이사회는 WTO에 가입한 164개국·지역의 대사급이 참가한다. 격년으로 개최되는 각료급 회의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최고 기관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제3국이나 지역이 해당 의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지만 얼마나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본 경제산업성 내부에서는 지금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빠르면 광복절인 다음달 15일을 전후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색국가는 일종의 안정 보장 우호국이다. 이 목록에서 제외되면 일본 정부의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일본에서 첨단 기술과 전자 부품을 수출할 때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약 1100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피해가 반도체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韓 무역·기술전쟁 십자포화...장기적으로는 유리"

미국이 해외 수출·자본 규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도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지만,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미국 상무부가 착수한 수출통제법규 위반 조사 건수는 2284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2년 6개월 동안 개시된 건수와 비교할 때 21% 증가한 것이다.

수출관리규정(EAR)의 위반 여부 조사도 강화하는 추세다. EAR은 국가안보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는 외국기업을 수출제한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려 통제하는 규정이다. 이 목록에 오른 기업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미국 기업은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화웨이도 이 목록에 포함돼 있다. 

2017년 이후 65개국의 미국 수출품 2000여건 중 4분의 1이 EAR을 위반했거나 최종 목적지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관련 법률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수출통제개혁법(ECRA)과 신흥기술자문위원회(ETTAC) 설치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중국 이외의 국가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리 그린 TS롬바드 중국·북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쓴 칼럼에서 일련의 사태를 들어 한국이 무역·기술전쟁 십자포화로 '퍼펙트스톰'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과도한 반도체 의존 수출을 문제삼으면서도, 장기적인 반도체시장과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그는 "5G(5세대 이동통신)의 출현이 반도체 수요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미·중 기술 마찰에서도 한국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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