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잉원 미국 경유에 격분한 중국 "미국에 꼬리흔들며 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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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7-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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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민일보 칼럼 통해 맹비난 "양안의 민감한 신경 건드려"

  • "2020년 총통 선거 앞두고 몸값 높이려는 것"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나흘 일정 ‘미국 경유’ 행보가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현지시각) 차이 총통을 향해 "양안(兩岸 중국 대륙과 대만) 관계 대립을 초래하는 위험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이 총통은 지난 11일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아이티와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세인트루시아 등 카리브해 우방 4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그는 순방에 앞서 미국 뉴욕에서 2박,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2박, 모두 나흘 일정으로 미국에 체류한다. 대만 총통으로서 미국에서 나흘간 체류하는 건 그가 처음이다.

중국은 이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 특히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은 미국이 잇달아 '역린'을 건드리며 대만과 관계를 긴밀히 하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인민일보 해외판 망해루 칼럼은 이날 ‘차이잉원은 미국 경유로 양안의 민감한 신경을 건드렸다'는 제하의 사평에서 “오는 2020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차이잉원의 이번 순방은 미국에 비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비꼬았다.  지난달 민진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순방에 나선 건 내년 1월 총통선거에서 연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란 얘기다. 

칼럼은 또 "차이잉원이 양대인(洋大人, 미국을 가리킴)에게 꼬리를 흔들며 동정을 구걸하는 게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도 망각하고, 미국에 기대 자신의 몸값을 높여 도발한 행위가 양안 관계를 악화시켜 대만을 위험에 빠뜨렸는지도 망각한 채 입가에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칼럼은 "차이 총통이 미국에서 4박을 하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앞서 미국으로부터 22억 달러어치 무기를 구매하기로 한 것과 맞바꾼 대가"라며 그를 미국의 '호구'라고도 맹비난했다. 미국은 지난 9일 대만에 탱크와 방공 미사일 등 22억 달러어치 상당의 최신형 무기를 수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시장가보다 비싼 값을 주고 샀다는 것. 

칼럼은 "미국은 차이잉원을 장기판의 말로 생각할 뿐, 맹우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만이 스스로 나서서 장기판의 졸을 자처하면서도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위험을 모른다"고도 꼬집었다. 

칼럼은 이어 "대만 독립엔 활로가 없다"며 "미국에 기대어 스스로를 높이려 하면 결국 제 스스로 발등을 찎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이잉원이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이제라도 말고삐를 당겨 멈춰 양안 관계 대립을 초래하는 위험한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12일자 중국 인민일보 해외판 1면에 게재된 망해루 칼럼. 


차이 총통의 2박 3일간 뉴욕 체류 일정은 빡빡하다.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에 도착한 차이 총통은 제임스 모리아티 미국재대만협회(AIT) 대표와 가오숴타이(高碩泰) 주미 대만대표의 기내 영접을 받았다고 대만 자유시보와 중앙통신사 등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뉴욕 방문 첫 공식 일정으로 주뉴욕타이베이경제문화판사처(뉴욕판사처)에 도착해 현직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우방 유엔(UN)주재 상임대표들이 마련한 환영연에 참석했다.

이어 다음 날인 12일 오전엔 미국·대만 상업협회(USTBC)와 대만대외무역발전협회(TAITRA)가 공동 주최하는 대만·미국 기업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씨티은행,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기업 대표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엔 중국 문제전문가와 앤드류 나단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 등이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개최하는 비공개 대담에 참석한 뒤 저녁에는 대만 교민 만찬에 참석할 에정이다.  13일 아침엔 센트럴 파크에서 뉴욕에 거주하는 대만 유학생들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이어 차이 총통은 13일부터 18일까지 아이티,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세인트루시아 등을 차례로 방문해 각국 정상과 회담하고 국회 연설 등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귀국길에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를 경유해 2박 체류한다.

차이 총통은 지난 12일 민진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 내년 1월 총통선거 대선 후보로 연임에 도전한다. 사실 그동안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며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은 국민당에 참패했다. 하지만 최근 홍콩 인도법 반대 시위로 반중 여론이 고조된 가운데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반등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주뉴욕타이베이경제문화판사처(뉴욕판사처)에서 파라과이 유엔주재 대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차이 총통은 대만 현직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우방 유엔(UN)주재 상임대표들이 마련한 환영연에 참석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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