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사건’의 전말… 2012년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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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기자
입력 2019-07-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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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경찰 간 치열했던 여론전… ‘의도’ 담긴 수사와 ‘보복’의 악순환

  • “윤우진-이철규 모두 검경 ‘파워게임’의 희생양” 시각도

“윤석열 인사청문회인지 윤대진 청문회인지 모르겠다”

지난 8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촌평이다. 실제로 이날 청문회는 하루 종일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과 그의 친형인 윤우진씨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언론의 관심도 윤 후보자보다는 윤 국장과 그 친형에게 쏠렸다. 결과적으로 윤 후보자의 발목을 잡게 된 것 역시 윤씨 형제들과 관련된 문제다.

8일 자정을 넘겨 계속된 인사청문회는 막판까지 ‘한방’이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뉴스타파의 보도를 청문회장에 트는 상황이 생길 때까지만 해도 그날 청문회는 그렇게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청문회 내내 야당 의원들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준 적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고, 윤석열 후보자는 ‘그런 적 없다’라고 응수했다.

청문회 분위기를 뒤집어 버린 뉴스타파의 보도는 지난 2012년 당시 주간동아 기자와 윤 후보자 사이의 통화 녹취파일이었다.  2012년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대진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가 이남석 변호사를 윤우진에게 보냈다”라고 말했던 것이 확인됐다.

통화내용이 사실이라면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것이 된다. 위증은 결격사유에 해당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윤 후보자가 낙마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윤 후보자는 “당시 윤대진을 보호하기 위해 기자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고,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역시 같은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두 사람의 일관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윤우진 의혹’과 관련해 온갖 억측이 쏟아지며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도대체 ‘윤우진 의혹’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을까? 그리고 2012년. 당시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상당수 검찰출신의 법조계 인사들은 ‘윤우진 의혹’이 검경 수사권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검찰과 경찰이 서로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흠집을 내기 위해 ‘의도가 담긴 수사’를 하다 생긴 일이라는데 의견이 일치된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이철규 경기경찰청장

2012년 초, 당시 대검찰청 첨단범죄 수사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윤대진 국장은 ‘저축은행비리 사건’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철규 당시 경기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79)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 이 전 청장을 구속한다.

이 전 청장이 구속되자 경찰은 발칵 뒤집어졌다. 당시 경찰수뇌부는 이 전 청장이 억울하게 잡혀갔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해 경찰의 군기를 잡기 위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경찰의 ‘보복(?)’으로 이어진다. 경찰은 정보라인을 총동원해 ‘윤대진 과장’의 뒤를 캐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친형인 윤우진 당시 용산세무서장의 비리정황을 포착한다. 육류수입업자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정황이었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자 윤 전 서장은 병원에 입원해 상황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동생(윤대진)에게 상황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사 신분인 윤 국장은 직접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고민 끝에 자신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이남석 변호사를 형에게 대신 보낸다.

[사진=연합뉴스]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던 경찰

윤우진-대진 형제의 이 같은 행보는 고스란히 경찰에 포착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오히려 이들의 행보를 일부 언론에 흘렸다. 그 중 일부는 ‘지라시’ 형태로 증권가에 유통되기도 했다.

'지라시'는 윤씨 형제들과 가까웠던 윤석열 후보자(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의 귀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몇몇 기자들은 윤 부장과 접촉해 윤우진-대진 형제들에 대한 취재를 하기도 했다.

이 상황이 ‘경찰의 장난질’이라고 직감한 윤 후보자는 적극적으로 윤 국장을 보호하기로 했던 모양이다. 취재를 시작한 언론을 향해 이 변호사를 보낸 사람도 자신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후배검사인 윤대진이 중요한 수사를 하고 있는데, 친형 문제로 발목을 잡히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대신 뒤집어 쓰기로 한 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공개된 전화 녹취파일도 이때 만들어졌다.

당시 경찰 정보라인은 윤 후보자가 기자들에게 한 말까지 고스란히 파악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역시 ‘언론플레이’에도 그대로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월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후보자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에 임명돼, 사정없이 국정원을 뒤지고 있을 때에도 그와 기자 사이의 ‘통화’ 내용은 ‘지라시’가 되어 증권가를 떠돌았다.

이는 보기에 따라 댓글사건 수사팀에 대한 ‘수사 외적 압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사실상, 경찰의 '장난질' 수준을 벗어나 정권 차원에서 윤 후보자를 압박한 정황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자료사진 =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 지옥과 천당을 함께 다녀온 그들

이후 윤 후보자와 윤씨 형제들은 나란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윤 전 세무서장은 2012년 5월 외국으로 도피했다가 이듬해 태국에서 붙잡혀 압송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낙마하면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도 위기를 맞았고 결국 국정원 직원 체포강행 건 때문에 윤 후보자도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쫓겨나게 된다. 2014년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윤 후보자의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사장님의 지시가 불법적이어서 도저히 따를 수 없었다’는 폭로는 그런 과정에서 나오게 된다.

윤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영전하며 건재한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으로 좌천돼 한직을 전전해야 했다.

두 사람이 지방으로 좌천되자 경찰수사는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 정보라인이 수집한 첩보는 많았는데 '한방'은 없었던 셈. 결국 경찰은 2014년 6월 윤 전 서장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도 특별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변호사 알선’ 의혹이 이때도 제기됐지만 별다른 증거는 없었다. 만약 사소한 것이라도 문제가 될만한 것이 있었다면 윤 전 세무서장은 물론 윤 후보자나 윤 국장이 살아남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당시 윤 전 서장의 변호인은 이남석 변호사가 아니라 박00 변호사가 맡았다. 이 때문에 이 변호사는 지금도 자신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 것에 대해 억울해 하고 있다. 그냥 심부름 정도 해준 것에 불과한데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포장됐다는 것이다.

2016년 11월 ‘국정농단 특검’이 시작되면서 두 사람은 화려하게 부활한다. 그리고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요직에 등용된다.

하지만 2012년의 악연은 끝나지 않았다. 당시 윤 국장이 잡아 넣었던 이철규 전 경기청장 역시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낸 뒤 국회의원으로 재기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공직후보자와 국회의원으로 다시 조우하게 된다.

2014년 국정감사장에서 윤 후보자와 격돌했던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 역시 재선에 성공해 인사청문회장에서 다시 만났다.

지금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012년 당시 검찰의 수사도 무리했지만, 윤 전 서장에 대한 경찰의 수사도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면서 “검경의 파워게임이 낳은 희생양들”이라는 평가가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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