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하이브리드角] 콘셉트 카와 '무역보복 갑질국'을 상대하는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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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19-07-0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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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想像)한 걸 몇 년 안에 실제 존재하는 현실로 만드는, 상상의 실제화(realization)를 설명할 때 자동차가 아주 좋은 예다. 유명 모터쇼에 가면 가장 인기를 끄는 코너는 콘셉트 카(concept car) 전시장이다. 콘셉트 카는 자동차 메이커와 디자이너 상상력의 산물이다. 실용성, 안전, 비용 등 ‘현실적인 고려’를 가급적 배제하고 구현 가능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래야 세상에 없는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 수 있으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치외교 분야의 상상력을 힘주어 말했다.
“6·30 북·미 정상회동은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통한 파격적인 제안과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호응은 기존의 외교문법으로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문화예술, 과학기술 분야뿐 아니라 정치외교도 중대한 국면의 해결을 위해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과감한 정치적·정책적 상상력의 발휘를 당부한다.”
 

[6·30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 발언 전후 일본의 무역보복이 시작됐다. 곧바로 외교의 ‘중대한 국면’이 찾아왔다. 기존의 외교문법으로 생각하면 안되는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그런데 상상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질 리는 만무, 한국과 일본의 관계, 그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 봐야 한다. 또 일본에게 가장 소중한 현안, 중요한 이슈가 무언지도 꼼꼼히 헤아려 강온(强溫), 밀고 당기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일본 전역이 최근 가장 공포에 떨었던 때는 2017년 8월 29일이다. 바로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이 자기네 하늘 위를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졌던 날이다. 이날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후 4분 만인 오전 6시2분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을 발령했다. 공영 NHK는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피난하라”는 속보를 냈다. 이후 지난해 초까지 일본 전국에서 시도 때도 없이 사이렌을 울려가며 북한 탄도미사일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우리가 제기한 역사문제를 일본은 경제보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우리가 다시 이를 평화이슈로 받아치는 상상은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판에 끌어들이는 지렛대가 될 거다. 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스스로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협의 중재자, 해결사임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향후 남북정상회담 대화 테이블에서 일본을 공개적으로 거론한다면 어떨까. 강이든 온이든 말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회담이 일본의 불안과 공포를 막아주는 일과 다름없다는 걸 일본에 보란 듯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참의원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납치의 아베'라 불릴 정도로 납북 일본인 문제에 사활을 걸어왔다. 그가 스타 정치인으로 거듭난 배경도 납북 일본인 관련한 그의 정치적 결단에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매번 아베 총리는 이 문제를 논의했는지가 최우선 확인사항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일본과 북한이 직접 마주 앉아 납치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 맞잡고 아베 총리를 상대로 밀당을 하는 상상을 해본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6자회담을 다시 떠올려 보기도 했다. 남·북·미·일·중·러 한반도 주변 6개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을 벌였는데 결국은 유야무야, 실패한 회담이다. 허나 현재의 북·미협상이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드라마틱한 장면까지 이른다면 일본도 참관인,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하면 어떨까.

일본의 전·현(前·現) 일왕도 생각해 보자. 올 5월 1일 즉위, 레이와(令和) 시대를 연 나루히토 일왕을 대한민국에 정중히 초대하면 어떨까. 오고 안 오고는 그 다음 문제다. 사실 일왕 초청은 새로운 게 아니다. 정부 최고의 일본통인 이낙연 총리는 2017년 9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기 전에 한국에 와서 그간 양국이 풀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고 사실상 공개 초청했다. 일왕이 부담된다면 그의 아버지 아키히토 상황(上皇) 방한도 큰 상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아가 이들이 조선 왕가 후손과 만나는 상상, 너무 오버하는 걸까.

내년 7월 24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관련해서도 상상을 발휘할 여지가 작지 않다. 지난 몇년 일본의 최고 목표는 도쿄올림픽 성공이었다. 도쿄올림픽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열리는 첫 번째 올림픽이다.

FIFA 월드컵도 있다. 2022년 카타르에서 열릴 예정인데,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을 뿌린 의혹 때문에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만약 카타르 개최가 무산되면 그 후보지는 당시 개최지 신청을 했던 한국, 일본, 호주(미국은 20206년 개최지로 선정)가 남는다. 2022년 월드컵을 남북한, 일본이 공동개최하는 상상을 터무니없다 말하지 말자.

정치권과 국가 고위층만이 아니다. 각종 시민단체와 우리 개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의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징용공과 위안부, 소녀상 문제 포함, 일본을 어르고 달래고, 밀고 당기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담는 콘셉트 카를 준비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최신 콘셉트 카 '르필루즈'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콘셉트 카의 상상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콘셉트 카를 통해 미래에 만들 자동차를 미리 보여준다. 만든 이들의 상상이 소비자들의 상상을 자극해 그 회사 차를 사게 만든다. 일본과의 갈등 해결을 모색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개념(콘셉트) 역시 우리의 국력을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향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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