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스마트 딜'로 비핵화 이정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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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입력 2019-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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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석좌연구위원]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시즌 2 북미 협상의 서막이 올랐다. 하노이 회담 이후 서로 비난과 책임전가를 하던 양측이 본격적으로 회담재개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는 힘겨루기를 하면서 치밀하게 계산된 탐색전을 하였다. 김 위원장은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회담에 나와야 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리고 북한은 5월 초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함으로써 군사적 대응 능력을 보여주면서 저강도 위협이 가져 올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였다. 또한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뒷배를 과시하고 외교적 입지를 넓히고자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화물선을 억류하고 대북 금융거래에 관련된 러시아은행을 제재함으로써 압박의 끈을 조였다.

북·미 정상은 신중하게 힘겨루기를 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친분을 강조하고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다. 그리고 두 정상은 친서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타진하는 외교력을 보였다.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시작된 북·미협상이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톱다운 방식으로 대화의 문을 여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판문점 북미 정상의 만남은 의전, 경호, 일정 등에서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파격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53분간 두 정상간 단독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3차 북·미정상회담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두 정상은 대립과 적대관계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넘음으로써 화해와 평화로 가는 첫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2, 3주 내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함으로써 교착상태가 일단락되고 시즌 2 협상이 개막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트 대통령을 초청하여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지원함으로써 2018년 봄 이후 한반도 평화의 창안자이자 촉진자라는 것을 다시 입증하였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의 기회를 조성하고 장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촉진자를 넘어 새로운 판을 마련하는 기획자 역할을 했다고 하기에 충분하다.

시즌 2 북미협상에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시즌 2의 제작, 감독, 주연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도 공동 제작자이자 감독을 겸하고 때로는 카메오 출연도 할 수 있다. 조연은 미국 측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이며, 북한 측은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부상 등이다. 이들은 시즌 1의 출연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할을 준비중이다.

시즌 2의 하이라이트인 4차 북·미정상회담의 로케이션 장소와 촬영 시점도 관심 사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하였으며,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의 장소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일정, 의제, 협상 환경 등 여러 가지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하여 햄버거 회담을 한다면 양국 관계에 새로운 획이 그어질 것이다.

회담 장소는 일정과도 관련되어 있다. 김 위원장이 9월 말 뉴욕을 방문하여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워싱턴으로 이동하여 백악관 회담을 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럴 경우 김 위원장이 유엔 무대에 데뷔하는 효과와 함께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핵심은 어떤 타결안을 시나리오에 담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실무협상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치열한 줄다리기가 있을 것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포괄적 접근과 스마트 딜’이다. 이것은 비핵화의 개념 및 범위, 시간표, 이행 계획, 검증 등에 대한 포괄적 접근 방향을 명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포괄적 접근의 첫 단계로 스마트 딜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스마트 딜은 북한이 모든 핵시설의 동결 및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이행하는 반면, 미국이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또는 평화선언), 인도적 지원, 인적 교류 등 상응 조치를 제공함으로써 비핵화의 이정표를 만드는 것이다.

시즌 2 북핵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 한국은 촉진자와 기획자의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 북·미 협상 타결을 위해 한미협의를 긴밀히하는 한편, 남북대화 채널을 가동하여 한국의 역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 이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북·미협상을 조율하고 남북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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