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G20에서 만났다면.."

윤세미 기자입력 : 2019-07-08 14:40
"G20 한·일 정상회담 열었다면 日수출규제 없었을 수도" G20 이틀만에 아베 돌변으로 '오사카선언' 조롱거리 전락
지난달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양자 정상회담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담판이었다. 세계 양강(G2)의 격렬한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었던 만큼 이번 담판에 걸린 판돈이 컸던 탓이다. 두 정상은 결국 '휴전'이라는 결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G20에서 미·중 정상회담 못지 않게 중요했던 양자 정상회담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이었는지 모른다고 아시아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소강국면에 접어들자마자 세계 경제에 새로운 악재가 한·일 관계에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G20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면 사정이 이렇게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이 매체의 진단이다.

물론 한·일 정상회담은 끝내 불발됐다. 청와대는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닫지 않았으나,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조건으로 강제징용 선결을 내걸었다. 결국 두 정상은 '8초 악수'만을 남긴 채 헤어졌고, 아베 총리는 G20 정상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경제 보복조치'로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수출규제를 내놓았다.

아시아타임스는 오사카에서 두 정상이 만났다면 한·일 모두가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자유무역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호무역의 파고를 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을 것으로 봤다. 무역장벽을 낮추고 통화스와프를 강화하고 채권과 주식 시장을 연결하고 1조7000억 달러에 이르는 양국의 외환보유고를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불발되고 일본의 수출규제가 단행되면서 양측이 서로 보복을 부르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매체는 한국에서 일본 제품 보이콧 바람이 불고 청와대에 일본에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한·일 양국의 갈등 속에서 반사이익을 챙기는 건 중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아시아타임스는 아베 총리의 돌변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 총리가 G20에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무역"을 강조하며 외교무대 '어른'을 자처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아시아 4대 경제국 한국에 수출규제를 내놓은 행위는 "오사카 선언을 조롱거리로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세계 경제에 불길한 징조라고 짚었다. 무엇보다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대외무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풍향계로 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가 하방압력에 시달리는 것은 결코 세계 경제에 좋은 신호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지난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제시하며 종전 대비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특히 올해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타임스는 수출규제가 불길한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무기화가 미국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수출규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무역 공세와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프 킹스턴 미국 템플대 도쿄캠퍼스 아시아학 교수는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는 '트럼프의 괴롭히기' 각본을 베낀 해로운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현재로선 양국 모두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도 아직 중재에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정이 더 악화하기 전에 한·일 정상이 만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한·일 관계 악화는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의 무역 보복조치로 양국 갈등이 고조되는 지금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도쿄 인근 후나바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선 모습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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