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동남아로 향하는 중국내 한국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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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 전 중국 연달그룹 수석부회장
입력 2019-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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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적 위험' 높아진 중국…우리 정부는 '손 놓고 구경'만

  • 생산기지 동남아 이전…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조평규 전 중국 연달그룹 수석부회장

지난 6월 말 일본에서 열린 주요20개국 (G20) 정상회의 기간 중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다시 꺼냈다.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미국의 최근 ‘관세폭탄’ 조치를 겨냥해서 자유무역을 주장했지만, 한국에 대해선 자유무역에 정면으로 반하는 사드 문제를 들고 나왔다.

중국은 개방초기부터 자유무역보다 관치의 무수한 유·무형의 장벽을 세워 외국기업에겐 불이익을 주고, 자국기업에겐 보조금 등 다양한 혜택을 줘왔다.

며칠 전 베이징 시내에 설치된 삼성과 현대자동차 광고판 120여개가 사전 예고없이 밤중에 철거됐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광고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정부의 돌출 행위는 매우 개탄스럽다. 최근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룰이 적용되지 않는 국가로 '후퇴'하고 있는 느낌이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한국기업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지켜보며 탈(脫) 중국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비상식적 조치는 결국 국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자충수로 판명날 것으로 본다.

중국에선 최근 들어 정치적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정부패와 연루된 공무원이나 기업인들이 감옥에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 숫자도 8억명에 달한다. 이는 곧 체제 위협을 넘어 엄청난 폭발 잠재력을 가진 뇌관이나 다름없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길목에 위치한 나라에 중국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위해 제공한 차관이나 대출은 고스란히 갚지 못하는 부실로 이어지고, 인프라 소유권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중국이 유연한 대국일 거라는 기대는 일시에 무너지고, '중국 경계령'이 세계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다. 일대일로를 따라 중국에 반감을 가진 나라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많아진 것이다. 약소국에게 '힘의 논리'로 협박하고 밀어붙이는 행태로는 존경을 받지 못하고 오래가지 못한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은 급속히 변화하는 현지 경영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 진출한 현대·기아차의 매출 감소와 일부 공장의 폐쇄와 조업 단축은 1,2차 밴드사 뿐 아니라 하청사에게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또, 인건비의 상승은 물론 로컬 기업과의 차별, 각종 혜택의 폐지, 환경법규의 엄격한 적용,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내수기업과의 싸움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한·중 정부간 대화는 끊어진 지 오래된 듯하다. 중국은 자유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아니라 규모가 엄청난 계획경제의 나라다. 계획경제의 속성상 정부의 입김은 인허가, 토지의 불하, 정책적 지원, 세제혜택, 대출, 구매 등 모든 영역에서 가공할 영향을 미친다. 중국 정부의 입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실시간으로 중국 정부와 대화나 협상을 벌여야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텐데, 정부는 이미 손 놓은 지 오래됐다.

중국의 개방 초기부터 중국을 우호적으로 판단한 우리는 대규모로 직접 투자를 해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에 협력함으로써, 중국 경제 발전에 상당히 기여를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의 행태를 보면 배은망덕한 처신이 한 둘이 아니다. 대개의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게 속았거나 당했다는 느낌을 갖는다. 가까운 이웃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도록 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환경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야 한다.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을 차제에 가능하다면 한국으로 유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베트남을 비롯하여 동남아, 인도 등지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권유한다. 중앙 정부는 물론 지자체까지 발벗고 나서서 현지기업들의 한국 '유턴'에 대해 각종 혜택을 내세워 유치해야 한다.

동남아 국가로의 이전은 개별기업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해당 국가와 협상해 각종 특혜나 좋은 조건으로 이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투자 시 정부의 개입이나 중재없이 투자한 우리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불평등과 불이익을 받았는지를 되새겨야 한다.

이제, 경제적인 친중(親中)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졌다.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작동하며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선한 리더십을 행사하는 나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지만, 작금의 중국 정부의 행태를 보고 판단하면 거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한국이 상당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미국, 일본, 중국 등 국가들로부터 '패싱(배제)' 당하거나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도가 넘는 협박이나 압박에는 우리 정부도 거칠게 반응해야 한다.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는 학생 같은 태도로는 국익을 지킬 수 없다.

우리는 중국에 대응하는 독립적이며 일관성 있는 원칙과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종속적인 태도로는 명분과 과거에 매달리게 된다. 나라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세션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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