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쌍용차가 올해 초 야심차게 내놓은 대형 SUV ‘렉스턴 스포츠 칸’을 시승 중이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군에서 주력 차량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만족스러웠던 스포츠 칸의 시승이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서울 강남의 한 주차장에서 만난 스포츠 칸은 사람으로 따지면 ‘장군감’이었다. 일단 크기가 그렇다. 전장 5405mm·전고 1855mm·휠베이스 3210mm로 ‘렉스턴 스포츠’보다 각각 310mm·15mm·110mm 길다.
기세에 눌려 누군가의 허락을 받고 차에 올라야 하나 할 정도였다. 차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형상을 따왔다고 하니 그 상징성이 잘 들어났다고 할 수 있다. 양쪽으로 배치된 큼지막한 헤드램프는 파르테논을 지키는 든든한 병사들처럼 강인함을 뿜어냈다.
드디어 기대하던 도로주행. 이날은 강남부터 경기 포천의 한 레이스웨이까지 200km 구간동안 시내와 고속도로 주행을 했다. 시내에 나서자 어떤 차보다도 큰 자신감을 줬다. 우선 시야가 탁 트여 도로의 지휘자된 듯 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최고 출력 181마력, 최대 토크 42.8kg·m의 진가를 보여줬다. 시속 100km로 달렸지만, 큰 변화 없이 안정감 있게 달렸다. 대형 트럭들이 옆을 지나가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형 차량이지만 연비도 준수했다. 이날 시승에서는 10.5km/L를 기록했다. 공식 복합 연비 9.7~10km/L보다 조금 더 나온 것이다.
스포츠 칸의 진정한 매력은 오프로드에서 더욱 확실히 드러났다. 포천 레이스웨이의 오프로드 코스를 마치 포장된 도로에서처럼 편안히 돌았다. 언덕밀림방지장치(HSA)는 30°가량의 오르막길에서 정지했을 때 차가 뒤를 밀리는 것을 방지해줬다. 비스듬한 경사에서 차가 한 쪽으로 쏠렸지만,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높은 둔덕에서는 차가 안 걸린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이날 오프로드 코스를 함께한 포천 레이스 관계자는 “고가의 수입 SUV들도 이 구간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는데 오히려 스포츠 칸은 쉽게 통과해 놀랬다”며 “강성이 특히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 칸의 명칭은 몽골 역사상 가장 광대한 영역을 경영했던 몽고제국의 군주의 이름을 빌려왔다고 한다. 이날 시승을 총평하자면 “이름값 한다”이다.
한편 스포츠 칸은 △파이오니어X 2838만원 △파이오니어S 3071만원 △프로페셔널X 2986만원 △프로페셔널S 336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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