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농업문제 해결사 '미생물'…기후변화·환경문제 대응 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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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입력 2019-06-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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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주곰팡이, 한국 대표 곰팡이…생장촉진시키고 질병은 감소

  • 1.2만개 특허 미생물 관리하는 '미생물은행'도 운영

지난 1347년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인류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유럽인구 30%인 2500만명 생명을 앗아갔다. 플레밍이 우연한 기회로 발견한 페니실린은 기적의 약으로 손꼽힌다. 2차 대전 중 세균 감염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병사를 치료했고, 인류 최고 발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상 실질적 주인공인 생물이 있다. 바로 미생물이다. 원시 지구 대기를 생물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바꿨고, 수없이 많은 물질을 생산하는 생산자인 동시에 지구상 모든 사체를 분해하는 분해자로서도 미생물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생물이 없다면 지구상 동식물은 존재할 수 없다.

최근 농업 분야에서 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아주 뜨겁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 확대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농업환경 악화, 폐플라스틱 등 농업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로서 농업미생물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농업미생물 시장도 2015년 23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 47억 달러로 매년 15.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업미생물은 미래 성장산업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미생물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10년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병해충 방제와 생육촉진, 농업환경 개선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농업미생물 41종을 특허등록하고 이 중 엑스텐, 큐펙트, 가루사장 등 15종을 사업화해 친환경안전농산물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미생물은행. [사진=농촌진흥청]

◆감칠맛 내는 메주곰팡이에서 농업환경 문제해결까지

농진청은 최근 우리나라 대표 식품인 장류를 생산하는 토종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한국형 황국균 균주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균주는 아플라톡신 등 유해물질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전분과 단백질 분해효소를 다량 생산하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을 기존 균주에 비해 1.5배 많이 만드는 메주곰팡이로 확인됐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 균주가 우리나라 전통식품 산업 촉진 선두 주자로 한국 대표 곰팡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5년간 농업미생물과에서 개발해 특허 등록된 병해충 방제용 미생물 18종과 생육촉진 미생물 3종은 실제 농업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친환경 생육촉진 미생물제는 고랭지 배추 수량을 28% 증가시키는 동시에 배추 재배지에서 문제가 되는 뿌리혹병과 무름병 발생을 각각 41%, 43% 감소시켰다. 미생물 처리횟수도 3회에서 1회로 줄임으로써 처리비용을 20~36% 줄이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농업환경 변동으로 인한 현장의 문제 해결에도 미생물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뭄 극복에 효과적인 미생물은 봄 가뭄 농경지의 배추 무게를 13~20% 증가시켰고, 연작 장해 극복 미생물은 생산성이 떨어진 연작 시설 하우스 오이 수확량을 6~18% 늘렸다.

병해충 방제 전용 미생물은 화학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안전농산물 생산 주역으로 지목된다. 농업미생물과에서는 오이흰가루병에 대해 83.2% 예방효과를 가진 미생물과 고추탄저병과 복숭아혹진딧물을 각각 69%와 62% 동시에 방제할 수 있는 미생물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고추 병해충을 감소 시키는 미생물제, 잎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파밤나방을 막는 미생물을 개발해 모두 친환경 유기농자재 목록에 올렸다.

축산분야에서는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 감소기술을 개발했다. 양돈 축사에서 분리한 '바실러스'라는 미생물과 된장에서 분리한 효모, 버려지는 잣송이를 혼합해 개발한 미생물 제품은 축산 악취 주요 성분인 '메틸머캡탄'을 90%, '스케톨'을 71% 감소시켜 축산 악취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정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장은 "악취를 줄이는 미생물을 음식물 쓰레기 처리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축산폐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미생물도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특허 미생물 1.2만개…'노아의 방주' 미생물은행(KACC)

생물자원에 대한 권리를 담고 있는 나고야의정서가 2017년 효력을 얻게 되면서 생물유전자원 분야에서는 이른바 '총성 없는 전쟁' 이 벌어지고 있다. 생물유전자원 보유국들은 주권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우수 미생물자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러한 국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생물 자원의 새로운 기능성 발견을 위해 국립농업과학원 미생물은행(KACC)을 운영하고 있다.

KACC가 보유한 미생물은 일반 미생물 7583종 2만3456점, 특허미생물 1만2544점에 달한다. 그 자체로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린다. KACC는 지금까지 미생물 산업에 기여할 유용 미생물자원 3만8931점을 산업체, 연구기관 등에 분양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특허미생물 수탁과 분양에 따른 수수료 수입도 지난해 기준 1억원을 넘어섰다.

김 과장은 "농업에 활용될 수 있는 미생물 종류와 활용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며 "현재 농업미생물과 연구진 노력으로 농축산용 미생물을 활용해 작물과 가축을 건강하고 친환경적으로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새로운 기능성을 가진 농업미생물 개발에 박차를 가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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