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칼럼] '근심사회(Distress Society)'에 대한 근심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 2019-06-21 05:10
청년들의 포기 아이 울지 않는 나라 근심은 자살로도 이어져 근심 없는 노후는 오는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알바생도 힘들고, 사장님도 힘들다. 아이들도 바쁘고, 할머니·할아버지도 바쁘다. 청년, 중년, 장년층과 같은 우리 사회의 중심을 이루는 계층들의 근심은 더 이상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한국경제를 구성하는 수많은 경제주체들을 바라보면,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이겨내기 위해 힘겹게 싸워나가고 있는 듯하다. 모두가 근심을 안고 살아가는 근심사회(Distress Society)다.

청년들의 포기

청년들은 첫 사회 진입이 지연되면서 도전이 아닌 포기로 마음을 바꾸고 있는 듯하다. VIB(Very Important Baby)로 태어나 멋진 직장을 꿈꾸며 자랐지만, ‘나를 받아주지 않는 사회’는 도전이라는 패기 대신 포기라는 근심을 가득하게 한 모습이다. 삼포세대·오포세대라는 말은 범국민적인 상식이 된 만큼, 청년들은 연애나 결혼·출산 등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평균 초혼연령이 2018년 기준으로 남자는 33.15세, 여자는 30.40세로 지속적으로 결혼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그마저 혼인한 기혼인구를 기준으로 계산된 통계일 뿐, 결혼을 포기한 인구가 반영될 경우 상황은 더욱 엄중해 질 수 있다. 사실상 저출산 현상은 청년고용 문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안효건기자 ]


아이 울지 않는 나라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저출산 국가에 속한다. 한국의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0년 63만4501명에서 2016년 40만6243명, 2017년 35만7771명으로 급감했다. 통계청은 2018년 출생아 수가 32만6900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출생아 수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고, 2019년, 2020년엔 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육시설 확충, ‘아이돌보미’ 서비스 확대, 여성 경력단절 해소,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같은 유연근로제도 확대, 출산장려금 지급 확대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 여건은 이전보다 더 나빠진 상황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io)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를 의미한다.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7명에서 추세적으로 하락해 2017년 1.05명을 기록했다. 2013년 출산장려책을 확대 편성하면서 출산율이 잠시 반등하였으나, 2016년 들어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은 합계출산율이 2018년부터 1명 이하로 떨어져, 2020년에는 0.9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안효건기자 ]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고, 세계적으로도 224개국(세계 평균 2.54명) 중 220위로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1970년, 1995년과 비교했을 때, 과거에는 주요국들보다 출산율이 높았는데 근래에 올수록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근심은 자살로도 이어져

자살은 근심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이자 세계적인 오명이다.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6.9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유독 ‘인간이 널리 이롭지 않은’ 모습이다. 잘못된 통계이길 바라지만, 업데이트되는 통계를 접할 때마다 또 1위여서 애석함을 금치 못한다.

자살충동을 경험한 사람들이 주요 원인으로 삼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나머지 항목들도 상당부분 경제적 어려움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는 측면에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에 진입한 몇 안 되는 나라로서 상당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해석하자면, 평균적으로는 잘사는 나라지만 잘사는 자만 잘살고, 못사는 자는 엄청 못살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안효건 기자]

근심 없는 노후는 오는가?

한국 사회의 고령층은 매우 빈곤하다. 소득수준도 낮은 데다가, 자가(自家) 이외의 자산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고 뚜렷한 노후준비를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Elderly Poverty Rate)은 49.6%로 OECD 회원국 중 1위이고, 2위국인 아이슬란드(24.1%)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 OECD 평균인 11.4%에 비해서도 노인 빈곤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60대 이전에는 안정적인 소득에 기반하여 중산층의 삶을 살지만, 60대 이후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노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여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60대 이상이 은퇴 후 생계형 창업을 시작하지만 자영업 동종업종의 과다 경쟁 속에서 살아남지 못해 폐업 및 실패를 경험하는 현상이 있다.

‘근심 없는 사회’, 어떻게?

중대한 사회적 고민에 대한 해결방안을 짧은 글 안에 담기란 불가능하다. 물론 긴 글 안에 담기도 어려울 것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진입할 여건을 조성하고, 출산환경을 개선하며, 사회 구성원 간 경쟁이 아닌 위로가 만연해지는 장을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구성원들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할 여유를 갖고, 노년이 되어도 희망근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다양한 정책적 방향성보다 중요한 것은 ‘근심사회에 대한 근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근심이 있을 때, ‘근심 없는 사회’가 온다. 정치적 갈등도 그렇지만, 임금 문제·수출 활로·투자 진작 등과 같은 단기적 정책 대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사회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을 덜어놓는데도 엄중한 근심이 필요한 것이다. 멀리 보는 근심이 필요하다.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이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는 것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데 근심거리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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