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홍콩 200만 시위 '외면'하는 韓 정부?

최예지 기자입력 : 2019-06-20 10:31
"200여만명의 홍콩 시민들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이하 송환법)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정권 교체를 이뤄낸 한국의 촛불집회처럼 끝까지 싸울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지지했지만 정작 한국은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아쉽다."

최근 홍콩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천루이(陳睿)씨가 기자에게 중국 국민 메신저인 위챗으로 보내온 내용이다. 그는 홍콩 정부가 추진해온 송환법의 완전 폐지를 지지해 이번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씨는 "한국 정부도 홍콩의 민주화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미국을 필두로 영국, 독일 등이 일찌감치 홍콩 시위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대만에 이어 홍콩을 '대중 보복 카드'로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영국은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 전 식민통치국이었기 때문에 홍콩 시위를 더 주시해왔다.

주목할 건 영국이 최근 중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중국과의 관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압박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홍콩 도심 가득 메운 송환법 반대 검은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촛불집회가 홍콩의 좋은 본보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안타깝게도 홍콩 사태를 외면하며 침묵하고 있다.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 표명이 조금씩 새어나올 뿐 이를 공론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 문화 등에서 밀접한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볼 때 신중할 수밖에 없어서다. '사드 보복 사태'가 중국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심성을 부추겼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일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 등 정치·안보 분야에서 공조가 절실한 국가다. 나쁘게 말하면 ‘눈치’를 봐야 하는 나라, 좋게 말하면 ‘협력’을 해야 하는 나라인 셈이다. 

씁쓸하다. 지금 한국의 '외면'이 중국의 눈치를 보는 끝에 나온 것 같아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과의 외교 관계만 계산에 넣은 채 홍콩 사태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문제로 자각하지 못해선 안 된다. 한국 정부가 이를 헤아린다면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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