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장애물 없는 세상’ 만들 기사를 읽고 싶다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입력 : 2019-06-20 00:20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최근 신문 지면에서 유심히 본 두 가지의 휠체어 이야기가 있다.

첫째 이야기는 한 기자 분이 보낸 카톡에서 등장했다. 후배 기자가 쓴 ‘핫식스’ 이정은 선수의 LPGA US여자오픈 우승 기사를 보고 있는데 “교통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아버지 걱정이 무엇보다 컸다”란 표현이 좀 걸린다며 자문을 구해온 것이다. 이에 “휠체어를 타게 된”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둘째 이야기는 지난 9일 미국 언론이 대서특필한 ‘브로드웨이 최초 휠체어 배우 토니상 수상’ 기사였다. 미국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이라고 부르는 토니상의 영예를 안은 이는 뮤지컬 ‘오클라호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앨리 스트로커였다. 

앞서 두 가지의 기사는 그 사회가 장애를 보는 두 가지의 지배적인 관점을 반영한다. 첫째는 ‘무기력하며 동정 받을 대상’이란 고정관념을 투영한다. 둘째는 장애인을 본 적이 없는 분야에 장애인이 등장했기에 ‘장애를 극복했다’는 생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장애를 이렇게 두 가지 관점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일까?

이정은 선수의 아버지부터 이야기해보자. 이 선수가 골프를 하게 된 계기는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게 된 아버지 이정호씨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는 휠체어를 실은 차량을 몰고 딸의 골프연습 픽업까지 해줬다. 적어도 이 이야기만 보면, 그는 결코 ‘휠체어에 신세 지는’ 가련한 인물은 아니었다. 

미국의 앨리 스트로커의 휠체어가 주목 받은 이유는 ‘휠체어를 탄 뮤지컬 배우’란 개념이 그간 대중들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스트로커는 100여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선 배우로는 자신이 최초란 것을 알고서 본인 역시 처음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어디서부터든 (우리 중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는 거니까(We have to start somewhere).”

여기까지만 보면 뛰어난 개인의 장애 극복의 서사로 느껴진다. 그런데 토니상 수상 다음 날 SNS에선 난리가 났다. 스트로커가 시상식장에서 솔로 무대까지 펼쳤는데, 경사로가 없어서 수상 후보 배우들과 동떨어져 앉은 상황이 생중계됐다. 토니상 수상자조차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이 힘든 장애물 가득한 현실이 존재한 것이다. 

휠체어를 타는 딸을 둔 우리 가족에게 장애는 일상이다. 그런데 그 장애는 극복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이다. 아이 덕분에 장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휠체어가 제대로 다닐 수 없는 세상이 문제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스트로커처럼 휠체어를 탄 영웅이라는 뻔한 스토리가 등장하면, 그 이면에서 그들이 어떻게 세상과 투쟁해 왔는지가 궁금하다.

이정은 선수의 아버지처럼 장애가 있는 부모가 운동선수가 되려는 자녀를 키우기 위해 어떤 인프라나 지원이 필요했을까? 최소한 딸을 태워다 주는 골프연습장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주차하지 않는 시민의식이 간절했을 것이다. 

한국의 뮤지컬 무대는 휠체어를 탄 사람이 배우가 되는 건 고사하고 공연관람조차도 어렵다. 스트로커는 11살에 뮤지컬을 시작하고 13세에 에이전트를 구했다. 과연 어떻게 공연을 했으며, 에이전트를 구할 수 있었을까? ‘오클라호마!’ 원작 뮤지컬에 없던 휠체어 동선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누구를 설득했고, 무대장치는 어떻게 바꿨을까? 

흔히 장애 극복의 서사는 읽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할지 몰라도,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까진 이어지지 못한다. 아무리 뛰어난 장애인이라도 반드시 이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존재하고, 이들 혼자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들이 꿈을 이루기까지 어떤 조력자가 어떻게 도왔는지, 여전히 이들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다뤄야 한다. 그래야 장애를 다루는 기사와 글이 동정심과 감정선만을 자극하는 얄팍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힘이 될 수 있다. 
 

2019 US여자오픈에서 LPGA 투어 데뷔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이정은6.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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