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악마처럼? 태즈메이니아 데빌의 '치명적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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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인턴기자
입력 2019-06-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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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즈메이니아 데빌이 물어뜯으며 번식하는 이유"

[사진=태즈메이니아 데블]


[안효건기자의 비밀 동물원 5]

호주의 남쪽 태즈메이니아 섬에는 악마같이 섬뜩한 사랑을 하는 동물이 있다. 시체를 먹고 사는 동물, 태즈메이니아 데빌이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태즈메이니아 데빌은 6~8kg 정도의 무게로, 육식성 유대류 중에선 가장 크다. 비명처럼 들리는 기분 나쁜 울음소리와 한밤중 시체를 뜯어먹는 기괴한 모습에 악마(devil)라는 명칭이 붙었다. 그러나 그들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그보다는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에 있다.

1년에 10일 정도인 암컷의 발정기가 찾아오면 수컷 태즈메이니아 데빌은 암컷에게 끈질기게 구애한다. 그런데 그 구애의 방식은 우리의 상식과 조금 다르다. 구애하는 수컷은 뼈까지 씹어먹는 턱 힘으로 암컷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자신의 강함을 암컷이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증명하는 것이다. 암컷은 이런 수컷의 행동을 견디도록 진화했다. 번식기를 맞은 암컷의 목덜미는 급소를 지킬 수 있도록 한껏 부풀어 오르고, 태도 역시 순종적으로 변한다. 암컷이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임신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1주일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그동안 다른 수컷의 새끼를 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수컷의 집착이 시작된다. 수컷은 암컷을 독차지하기 위해 암컷을 가두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나 번식이 끝나 호르몬이 가라앉은 암컷은 수컷에 구속에 이내 염증을 느낀다. 이쯤 되면 구속하려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의 혈투가 벌어진다. 한때 서로 사랑했던 이들이 서로를 물고 뜯으며 상처입힌다. '애증의 관계'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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