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쌀 한톨보다 작은 MLCC···43일 담금질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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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지윤 기자
입력 2019-06-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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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삼성전기 전장용 MLCC 생산라인 방문

  • 고온과 저온·높은 습도·충격에도 견뎌내야

  • 올해 전장용 제품 확대 박차···업계 2위 목표

쌀과 MLCC. [사진=삼성전기 제공 ]

43일. 쌀 한 톨보다도 작은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가 완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200℃ 이상의 고온과 영하 55℃의 저온, 높은 습도와 강한 충격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만큼 오랜 시간 담금질이 필수다.

지난 13일 부산 강서 녹산산업단지에 위치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했다. 5000여명의 직원들이 더 작고, 더 단단한 MLCC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섞고 자르고 굽고···16단계 '깐깐 공정' 통과해야

MLCC는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스마트폰, PC, 가전,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대부분의 제품에 MLCC가 필수기 때문이다.

'MLCC 1동' 입구에 들어서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컴포넌트 2019'란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벽면 곳곳에 붙여진 '극한의 수율', '최고의 품질', '기술 변곡 선제적 대응' 등의 문구에서 최고의 MLCC를 만들겠다는 삼성전기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IT(정보기술)용 MLCC는 머리카락 두께(약 0.3mm)보다 얇다. 전장용은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만큼 조금 더 커 육안으로도 직사각형 외관을 볼 수 있었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MLCC가 1000여개, TV에는 2000여개, 자동차에는 1만3000여개 정도가 탑재된다고 한다.

MLCC가 만들어지는 총 16단계의 공정도 볼 수 있었다. MLCC는 내부에 500~6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 생산된다. 세라믹과 금속(니켈)을 번갈아 얇게 쌓아 올리고, 각종 첨가물을 어떠한 비율로 넣느냐가 핵심이다.

이후 조합된 원료를 1000℃ 이상의 고온에 가열해 도자기처럼 구워내는 '소성', 날카로운 외관을 둥글게 만드는 '연마', 외부전극을 형성하기 위해 전극재료(Cu)를 도포하는 '전극' 등의 과정을 거친다.

특히 세라믹과 니켈의 경우 구워지는 온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적정 온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겉보기에는 파손이 없어도 내부에는 미세한 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사측은 '측정'과 '외관' 과정으로 제품을 선별하고 있었다. 커피콩을 가는 글라인더 같이 생긴 장비에서 아주 미세한 MLCC들이 쏟아져 나와 'LP판'처럼 생긴 둥근 판위를 돌며 1초에 100개씩 불량을 가려낸다. 또 카메라 10여대가 전·후면을, 카메라 8대가 측면을 검사해 외관 이상을 선별했다.
 

부산 강서 녹산산업단지에 위치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MLCC 생산설비에서 작업자가 일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제공]

◆ 전장용 MLCC 업계 '톱2' 목표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만큼 전 세계에서 MLCC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극히 일부다. 삼성전기와 일본의 무라타, TDK, 타이요유덴, 대만의 야교, 난야 등이다.

삼성전기는 IT용을 주로 생산해오다 2016년 산업·전장용 양산에 본격 나섰다. 지난해에는 부산에 전장용 5공장을 증설했다. 삼성전기는 올해를 '자동차 사업 도약 원년'으로 삼고 전장용 MLCC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전장용은 IT제품 대비 요구되는 수명이 길고,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해 개발 기간이 약 3배 정도 더 걸린다. 가격도 3~10배 비싸다. 무라타와 삼성전기 등 2~3곳 업체밖에 생산하지 못할 만큼 진입장벽도 높다.

이날 부산 사업장에서는 한창 공사 중인 '전장용 신원료동'도 볼 수 있었다. 삼성전기는 핵심 기술인 원재료를 직접 개발하고 내재화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원료동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다. 

정해석 삼성전기 컴포넌트전장개발 그룹장 상무는 "부산과 중국 톈진에서 전장용 MLCC를 본격 공급해 2022년 전장용 MLCC에서 글로벌 2위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는 MLCC 매출 중 전장용 비중을 10% 목표로 하고 있는데, 처음 전장용을 생산했을 때 1%도 안됐던 것에 비하면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에는 매출 비중이 20%로 오르고, 2024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전 세계 MLCC 시장은 올해 14조원으로 커진 뒤, 2024년에는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약 20% 수준인 전장용 MLCC 비중은 2024년에는 약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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