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태원 플레이리스트 대표, '구글 출신 드라마광'이 웹드라마 신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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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
입력 2019-06-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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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범람 시대에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콘텐츠’ 디테일의 차이”

  • 스릴러·액션·추리·판타지·예능까지 영역 확대…중국·일본 현지법인 설립도 계획

하루가 멀다하고 급변하는 방송 생태계. TV라는 전통 미디어 플랫폼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공 ‘키워드’는 무엇일까.

미디어업계 전문가들은 이 물음에 하나같이 ‘자체 제작 콘텐츠’를 꼽는다. 글로벌 미디어 공룡이라 불리는 넷플릭스나 거대 미디어 그룹 월트디즈니가 좋은 사례다. 이들은 양질의 자체 제작 콘텐츠와 유통망을 앞세워 미디어시장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국내 시장도 이제는 콘텐츠 차별화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다.

최근 들어 웹콘텐츠가 콘텐츠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상콘텐츠 자체 제작사인 플레이리스트는 미디어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2017년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웹툰과 스노우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영상 콘텐츠 제작사로, 구글 출신의 박태원 대표가 이끌고 있다. ‘드라마광’인 박 대표는 IT 대기업의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열광했던 콘텐츠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플레이리스트는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를 시작으로 ‘이런 꽃 같은 엔딩’, ‘한입만’, ‘에이틴’, ‘리필’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성공시켰다. 현재 시청자 맞춤형 콘텐츠로 전 세계 조회수는 13억뷰, 770만 구독자를 달성했고, 굿즈 상품 뷰티, 문구·잡화 등은 5주간 4만5000개 판매, 2주간 1만개 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연령대별 맞춤 콘텐츠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두터운 팬덤을 형성시키는 문화 아이콘으로까지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레이리스트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콘텐츠의 차별화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콘텐츠가 이끌어갈 미디어시장의 미래를 소개했다.
 

박태원 플레이리스트 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구글을 떠나 영상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배경은.

“구글에서 오랫동안 유튜브를 담당했다. 당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며 플랫폼들이 늘어가고 경쟁이 심화될수록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콘텐츠라고 느꼈다. 구글은 정말 좋은 조직이었으나 10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기로 결심했다. 유년시절 늦잠을 자고 싶은 일요일 아침을 저절로 깨우게 만드는 디즈니만화동산, 사춘기 시절을 채운 가을동화, 여름향기.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이 들었다.”

-어릴적부터 영상에 대한 관심이 컸던 것 같다.

“남들보다 영화나 연극을 보는 횟수가 압도적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1주일에 한번은 무조건 영화를 봤다. 등교를 하면 친구들과 전날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대학생 시절에는 대학로에서 연극이랑 뮤지컬을 일주일에 1~2회는 꼭 챙겨봤다."

-플레이리스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등장 캐릭터,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를 만들고, 그 IP를 확장하는 방법을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브랜드 제작지원(PPL)과 광고, OST 음원 수익, 각 작품별 MD상품 판매 등을 꼽을 수 있다. ‘에이틴’과 콜라보한 립스틱은 한국과 일본에서 총 6만개가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에이틴'의 경우 웹툰·대본집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연플리‘는 연극 외에 중국에서 리메이크를 진행하고 있다. 작곡, 작사, 가창 등 음원 제작비용을 투자해 음원 유통에 대한 수익도 거두고 있다. 올해는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장르물 12개 자체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모회사인 네이버와의 협업도 있나.

“일부 작품에 따라 특정 플랫폼과 사전 협의 이후 선공개를 통해 시청자들이 한 회 먼저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플레이리스트의 사업 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박태원 플레이리스트 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플레이리스트 콘텐츠의 차별화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스토리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는 이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것처럼 느껴져야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공감’이다. 그 결과 연플리는 20대 대학생이면 봐야 하는 드라마, 에이틴은 10대라면 봐야 하는 콘텐츠로 각인이 됐다. 또 시청자가 ‘따라 하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점이다.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에이틴 ‘도하나’ 캐릭터는 캐릭터 기획, 개발 당시 ‘10대가 따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캐릭터’에 집중했다.”

-해외시장 확장 계획에 대해.

“현재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밟고 있는 3단계가 있다. 1단계는 라이선스로 유통, 2단계는 리메이크, 3단계는 현지 맞춤형 콘텐츠 공급이다. 우리 콘텐츠는 철저히 국내 정서와 공감할 수 있는 소재, 감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현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2년 안에는 일본과 중국 현지 법인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플레이리스트의 조직문화는.

“우선 플레이리스트는 젊은 조직이다.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의 조직원들로 구성됐다. 플레이리스트의 조직문화는 구글의 영향이 많이 반영됐는데, 특유의 트렌디한 조직문화 3가지가 존재한다. 첫째, 나이를 묻는 사람이 없다. 직급 없는 수평문화를 지향하고,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부른다. 저 역시 ‘션’ 외에 다른 명칭은 없다. 둘째,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OKR(Objective Key Results)에 따라 움직인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다 함께 달려간다. 셋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고 한다. 우리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이야기가 있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배우는 게 있으면 된다”는 말이다.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고, 서로의 의견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다. 나 역시 틀린 얘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콘텐츠 시장 전망은 어떤가.

“계속 커지고 있다. 그래서 개성 있는 기획으로 화제성을 높이는 등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늘 세 발자국 앞에 나가서 감동을 주고, 놀라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플레이리스트라는 브랜드가 가져가야 할 미션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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