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훈 기자의 해외주식 '톡'] CVS헬스의 '애트나' 인수...민간의료시장 노린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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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
입력 2019-06-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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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파 죽겠는데, 앰뷸런스 안 탔잖아."

미국에서 10년을 넘게 산 친구는 교통사고가 났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앰뷸런스를 부르면 1000달러(120만원) 이상 내야 된다"면서 "너무 아팠는데, 다른 사람을 불러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료보험 시장의 어두운 단면이다.

미국은 민간에서 의료보험을 주도하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싸다. 어지간하면 미국인은 병원보다는 약국을 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랑니를 빼기 위해서 병원에 안 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말이 유학생들 사이에서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이런 틈을 CVS헬스케어가 파고들었다. CVS는 약국과 편의점을 함께하는 헬스케어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이다. 미국에만 1만개에 달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보험회사인 애트나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만 무려 690억 달러(현재가치 약 80조원)에 달한다. CVS는 약국을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와 애트나의 건강보험 고객을 합쳐서 소비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애트나는 21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래리 멀로 CVS 최고경영자(CEO)는 "합병으로 갖게 되는 소비자 빅데이터가 전과 비교할 수 없다"며 "새로운 차원의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CVS는 병원에 가지 않는 미국인들이 많은 합병증을 앓고 있는 사실에 주목했다. 보험사의 빅데이터를 통해서 이 사람들의 질병 초기관리를 돕고, 맞춤형 처방약을 제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CVS 매장은 약사, 간호사 등 다양한 의료 종사자가 상주한다. 이 서비스는 향후 만들 1500개 헬스 허브 매장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헬스 허브는 고객 건강 관련 디지털 도구, 키오스크,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영양사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CVS는 오프라인에서 발빠르게 움직이면, 의약품 온라인 시장을 흔들고 있는 아마존에도 맞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의약품 판매 및 배달업체 필팩을 인수하고 시장을 흔들고 있다.

CVS는 올해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성장에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주당 6달러 수준의 이익을 내년 7달러, 매년 5% 이상 성장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밝혔다.

변수는 있다. 일부 내과의사 단체와 소비자 단체는 CVS가 시장 독점을 통해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며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CVS가 의사단체와 아마존의 경쟁등을 어떻게 이겨낼지 주목된다.
 

[사진=C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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