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원칙 도입한 운용사도 ‘거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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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9-06-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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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DB]


수탁자책임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받아들인 자산운용사들이 자신들이 만든 지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의결권 행사에 대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할 기관투자자가 단순히 '거수기' 노릇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들은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때때로 기업에 쓴소리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사외이사 10년 연임에 찬성표 '수두룩'

7일 경제개혁연구소 자료를 보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내 28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21곳은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지침이다. 이를 도입하면 자체적으로 세부기준을 정하고 외부에 알려야 한다.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국민연금도 이런 가이드라인이 만들어뒀다. 여기서 한 회사에 오랜 기간 근무한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주주총회에 올라오면 반대하도록 정했다.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에서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장기재직한 사외이사 후보들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 회사에는 영풍, 위메이드, 한국단자공업, 원익IPS, KCC, 부광약품, 하나투어가 포함된다. 레고켐바이오, 뷰웍스, 엘엔에프, 성광벤드, 대양전기공업, 세아특수강, 와이지원도 같은 이유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받았다.

반면 자산운용사는 대부분 찬성표를 행사했다. 이 회사들에 찬성표를 준 자산운용사 가운데 7곳은 7년 이상 연임하는 사외이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기준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국민연금과 같은 10년을 기준으로 제시한 자산운용사도 1곳 있었다. 여기에는 계열회사 재임 기간도 포함된다.

이들은 사외이사 장기 연임이 주주이익과 큰 연관이 없기 때문에 회사 결정에 따랐다고 밝혔다.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자산운용사도 2곳이 있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운용사는 늘었지만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기관투자자 92곳에 달한다. 참여할 예정인 기관도 34곳이나 된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산운용사들의 안건 분석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가 요구된다"며 "찬성 또는 반대 사유에 대한 설명이 부실한 점도 문제"라고 전했다.

◆의결권 행사 막는 '5%·10%룰'

이런 점에서 의결권자문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이들은 주요기업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에게 찬·반 의견을 내놓는다. 2018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28개 자산운용사는 의결권자문사에서 반대를 권고한 안건에 대해 약 35%만 수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현재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보유 목적을 밝혀야 한다. 또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지분 1%를 매매할 때마다 이를 공시해야 한다.

얼마 전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5%룰은 주주권 행사를 가로막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며 "해외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기업과 주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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