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중국 부동산시장에 '회색코뿔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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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5-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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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과거 부동산 거품과 유사한 징후 '포착'

  • '부채와의 전쟁'에도 늘어난 부동산 '빚덩이'

  • 가계대출 GDP 절반···빚더미에 앉은 13억 중국인

“중국은 부동산 투기에 기대 경기를 부양하지 않겠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이 지난 24일 게재한 기사 제목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고조된 가운데서도 중국 지도부가 돈을 풀어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옛날 방식’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확실히 내비친 것이다. 그만큼 중국 부동산 시장 거품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걸 보여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지나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부동산 시장엔 거품이 잔뜩 끼었다.

중국 지도부는 이제 부동산 거품을 그림자은행, 지방정부 부채와 함께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세 마리 ‘회색코뿔소’로 본다. 회색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뜻한다. 발생 확률은 극히 낮지만 나타나면 큰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과 비교되는 경제용어다. 중국경제주간도 최신호에서 부동산 시장 거품으로 잠재적 리스크가 쌓이고 있다며 이를 “회색코뿔소가 오고 있다”고 묘사했다.
 

중국 부동산시장 거품은 그림자은행, 지방정부 부채와 함께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세 마리 ‘회색코뿔소'가 됐다. [사진=신화통신]

 

◆일본 과거 부동산 거품과 유사한 징후 '포착'

실제로 수년간 불패 신화를 이어왔던 중국 부동산 시장에 과거 일본의 부동산 거품 때와 같은 유사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음이 흘러나온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요시노 나오유키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소장은 중국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에 따른 충격파를 우려했다. 그는 "중국 금융권이 거품경제 시기의 일본보다 부동산 부문에 더 많은 대출을 했다는 점도 우려된다"며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대출 비율은 일본의 세 배 이상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 경고음은 중국 지도부의 입을 통해서도 나온다. 왕자오싱(王兆星)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부주석은 지난 3월 초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부동산은 리스크 예방의 중점 영역"이라며 부동산 부채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중국 부동산 부문 부채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는 우선 그 막대한 부채 규모에서 엿볼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연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잔액만 38조7000억 위안(약 6645조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 한 해에만 6조5000억 위안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대출 증가분의 40%를 차지한 것이다. 현재 중국 전체 은행권 대출에서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 '부채와의 전쟁'에도 오히려 늘어난 부동산 '빚덩이'

부동산을 짓는 데는 원래 방대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6~2018년 중국 전국 부동산기업들이 개발에 투입한 자금은 14조4000억 위안, 15조6000억 위안, 16조6000억 위안으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만큼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높다는 의미다. 

부동산 개발 자금은 대부분 은행 대출로 충당된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부동산 개발 대출잔액은 10조19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은행 대출로도 부족한 기업들은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부동산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모두 190건이다. 총 발행액은 2435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77% 늘었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기업들이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도 모두 265건, 총 2802억 위안어치에 달했다. 액수로 따지면 전년 대비 74.4% 늘어난 것이다. 주택저당증권(MBS)·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같은 부동산 금융상품을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했다.

문제는 이 모든 게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빚은 줄기는커녕 점점 불어나고 있는 것.

중국경제주간 통계에 따르면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기업 135곳의 자산 대비 부채율은 2015년 76.22%에서 2018년 79.81%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국 지도부가 금융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부채와의 전쟁’을 벌이며 디레버리지(부채 축소)에 나섰지만 정작 부동산 업계 부채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 상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만기일이 올해와 내년 집중적으로 몰려있기 때문이다. 헝다연구원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기업 부채는 각각 6조1000억, 5조9000억 위안어치다. 지난해 2조9000억 위안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디레버리지 기조 속 자금을 조달하는 게 예전처럼 쉽지 않은 만큼, 제때 돈을 갚지 못한 부동산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지난해부터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부동산 업계 상위 100대 기업 중 하나인 인이(銀億)그룹이 자금난에 발행한 채권 3억 위안어치가 디폴트에 빠진 게 대표적이다.

같은 달 중훙(中弘)그룹도 114억6400만 위안어치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중훙그룹은 디폴트, 적자, 사업중단 리스크 등의 이유로 지난해 9~10월 20거래일 연속 주가가 단돈 1위안(약 170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결국 중국 증시에서 사상 최초로 퇴출 당한 부동산기업으로 전락했다.

◆ GDP 대비 가계대출 비중 절반···빚더미에 앉은 13억 중국인

너도 나도 빚을 내 내집 장만에 나서며 가계 주택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문제다. 부동산 시장 거품이 붕괴될 경우, 부실 대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8년까지만 해도 3조 위안에 불과했던 가계 주택대출액은 2018년 25조8000억 위안까지 늘어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 국가의 가계부문 채무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10% 이하이면 가계 채무는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보지만 30% 이상이면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65%가 넘으면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8년 중국의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53.19%에 달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주택대출이다. 

더 큰 문제는 정상적인 주택대출 이외 다른 불투명한 루트로 집을 사는 행위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부동산업체나 중개소에서 집을 살 때 첫 계약금을 불법적으로 대출해주는 '서우푸다이(首付貸, 선불금대출)'나, 혹은 '카드깡'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지난 수년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개인간(P2P) 대출업체의 불법 대출자금도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엔 중국 정부가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장려하는 걸 악용하는 투자자도 생겨났다. 다른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저리인 중소기업 전용대출로 받은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3월 중국 가계 부문 신규 단기대출만 4294억 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주택 대출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 대출 이외 다른 '보이지 않는' 통로로 얼마나 많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갔는지는 확실한 통계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아직까지 통제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부행장은 "중국 전체 은행권 부실대출 비율은 1.85%로, 구체적으로 중국 은행권 부동산대출 부실률은 1% 미만, 가계 주택대출 부실률은  0.3%에 불과하다"며 충분히 통제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거품 잔뜩 낀 중국 부동산 시장. [그래픽=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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