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40대 아재가 SNS 열독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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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석 여행큐레이션몰 ‘힐팩’ 대표
입력 2019-05-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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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석 힐팩 대표]

#트윈룩 #시밀러룩 #피크닉세트 #풀빌라 #풀파티 #청량감

이 키워드를 보고 ‘여행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20대, ‘풀빌라 뜻’을 검색하고 있으면 30대 중반 이상이란 얘기가 있다. 필자는 소위 ‘40대  아재’지만 다행히 여행업에 종사하는 덕에 재빨리 ‘여행’을 떠올렸다. 다행이다 싶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나 ‘여행 스냅샷’처럼 20대 구독자가 많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기 채널을 보면 이런 해시태그를 포함한 콘텐츠들이 많다. 20대의 여행문화가 엿보인다. 최근 유수의 일간지나 방송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열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대 SNS 여행 콘텐츠에는 4가지 특징이 있다. 참여, 만남, 휴식, 공유. 이들은 모두 ‘가치 있는 경험’을 전제로 한다. 요즘 SNS에서 핫한 ‘블루보틀’ 사례를 보자. 커피계의 명품으로 불리던 블루보틀이 한국 시장에 상륙하자 SNS는 ‘블루보틀’ 관련 해시태그로 뒤덮였다.

해외에서만 접하던 블루보틀을 오픈 첫날 맛보는 것은 단순 과시 또는 ‘너도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과는 다른 현상이다. 상품의 독자적인 개성은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매장을 방문하고(참여), 제품을 접하고(만남), 자신만의 케렌시아(휴식)를 느끼며, SNS에 그 감동의 나눔(공유)을 가능케 했다. 블루보틀 자체가 가치 있는 경험이 된 것이다.

여행의 경우를 보자. 2010년 초반만 해도 경기 가평여행은 남이섬에서 시작해 남이섬으로 끝났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캠프통아일랜드 같은 대형 수상레저리조트가 들어서고 청평호반의 바지선을 중심으로 블롭점프, 수상 슬라이드, 제트보트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수상레저는 참여형 콘텐츠이며 테마파크보다 강도 높은 스릴을 선사한다. 넓은 호수에 최적화된 가평의 레저스포츠는 바다에선 느끼기 힘든 이곳만의 매력이다. 희소가치가 높은 경험은 유니크한 것에 열광하는 20대들을 끌어들였고, 이들의 경험은 SNS로 확산됐다. 그 결과 가평 바지선에서 유래된 ‘가평빠지’란 말이 생겼을 정도로, 가평은 수상레저 관광지의 본류가 됐다. 

휴식의 트렌드로 달라졌다. 일부러 등산을 하거나 멀리 온천을 떠나지 않는다. 20대들은 한강공원에 피크닉세트를 펼쳐놓고 인증사진을 찍거나 수다를 떤다. 익선동처럼 낡은 분위기의 골목길을 걷거나 케이크 위에 녹차를 붓는 장면을 보며 즐거워한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휴식인 셈이다.

얼마 전 사내 20대 여직원 둘이 여행을 계획하며 트윈룩(예전엔 커플룩이라 불렀다)을 맞추고 바구니와 돗자리, 접시 등 피크닉 아이템을 쇼핑하며 입사 이래 가장 밝은 표정으로 점심시간을 보내는 것을 목격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단다. 20대들의 휴식이란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과정 , 즉 케렌시아 그 자체였다.

만남과 공유는 20대 여행 콘텐츠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20대의 여행 콘텐츠에는 늘 사람이 등장한다. 요즘 많이 가는 유채꽃밭이나 해변, 카페 어디든 20대들의 SNS 사진 중심에는 늘 자신 또는 지인들이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여행이란 기본적으로 사람과 공간의 만남이다. 풍경만 찍은 사진은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공감을 주긴 어렵다.

하지만 사람이 등장한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공간의 즐거움과 감정을 공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들의 사진을 보면 ‘청량감’이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20대의 청량감 넘치는 여행 에너지는 기존 여행 판도에 신선한 변화를 일으키고 국내 여행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기폭제가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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