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 현장을 가다] 90% 넘는 투표율 비결은 ‘의무투표제·이민자 배려’

시드니·멜버른(호주)=조현미 기자입력 : 2019-05-23 14:20
투표 안 하면 벌금…꾸준한 교육도 한몫 인구 절반 이민자…한글 등 18개언어 안내 투표 후 맛보는 ‘민주주의 소시지’도 별미
“그럼요, 당연히 투표해야죠.”

지난 18일(현지시간) 치러진 호주 연방 총선을 앞두고 만난 시드니와 멜버른 시민들은 한결같이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사전투표로 한 표를 행사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한·호주 언론교류 일환으로 선거 기간 호주 대표 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을 찾았다. 집권당을 새로 뽑는 선거임에도 거리는 조용했다. 우리나라 같은 선거 유세는 보기 힘들었다. 벽보나 플래카드 같은 선거 홍보물도 눈에 띄지 않았다. 

선거 운동은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투표 분위기는 달랐다. 투표 당일인 18일 오전 9시 멜버른 차이나타운 근처 어학원에 차려진 투표소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오후 2시께 찾은 멜버른 시내 칼톤가든초등학교 투표소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엔 가족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가 많았다.
 

호주 연방 총선이 열린 지난 18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 있는 칼톤가든초등학교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멜버른(호주)=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호주 투표는 다소 복잡하다.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선출해 투표용지가 두 장이다. 두 의원직 모두 선호도 방식으로 뽑는다. 5명이 출마하면 지지도 순위에 따라 1번부터 5번까지 숫자를 적어야 한다. 후보자 수만큼 숫자를 쓰지 않으면 무효표가 된다. 상원의원의 경우 후보자 대신 정당 항목에 선호도를 표기할 수 있다. 상원의원 투표용지에는 정당별 후보자 이름이 모두 들어 있어 길이가 긴 것도 특징이다.

선거 운동이 활발하지 않고 투표 방식이 복잡한데도, 투표율은 항상 90%를 훌쩍 넘는다. 3년 전 치러진 총선에선 95%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는 투표 자격이 있는 호주 국민의 96.8%인 1624만4248명이 유권자 등록을 마쳤다. 2016년 총선 때보다 75만여명 많은 수다.
 

호주 연방 총선이 열린 지난 18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칼톤가든초등학교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멜버른(호주)=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칼톤가든초교 투표소 자원봉사자 대표인 에리안씨는 “만 18세 이상 호주 국민이라면 누구나 유권자로 등록하고 투표를 해야 한다”며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무투표제와 벌금(20호주달러, 약 1만6400원) 덕에 투표율이 높다는 것이다.

꾸준한 교육도 한몫한다. 호주교민 김대영씨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교육을 한다”면서 “이런 교육이 높은 유권자 등록률과 투표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치러진 호주 연방 총선의 투표소에 배치된 다국어 투표 안내책자.  [멜버른(호주)=공동취재단]


이민자에 대한 배려도 이유다. 호주 인구의 절반은 자신이 해외에서 태어났거나 부모 중 한 명이 해외 출신일 만큼 이민자가 많다. 올해 호주선거관리위원회는 영어 외에 한국어·중국어·힌디어·아랍어 등 18개 언어로 투표 안내를 했다. 투표소도 마찬가지다. 이민자 누구나 모국어로 자세한 투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칼톤초교 투표소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출신 유권자가 많았는데, 투표 방법을 몰라 헤매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선거 때만 맛볼 수 있는 ‘민주주의 소시지(democracy sausage)’를 원인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호주에선 투표를 마치고 나오면 지역단체 등에서 잘 구워진 소시지를 빵에 얹은 일명 민주주의 소시지를 준다. 올해도 많은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에게 이 소시지를 나눠줬다. 스콧 모리슨 현 총리와 경쟁을 벌였던 야당 당수인 빌 쇼튼 노동당 대표 등 여러 정치인도 투표 뒤 민주주의 소시지를 즐겼다.
 

18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야당 당수인 빌 쇼튼 노동당 대표(오른쪽)가 투표를 마친 뒤 부인과 함께 ‘민주주의 소시지’를 먹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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