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베트남, 제2의 필리핀 되지 않으려면

김태언 기자입력 : 2019-05-23 16:26
최근 베트남 한인사회에서 각종 범죄가 잦아지고 있는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베트남이 신남방정책 1번지로 부상한 가운데, 교민 수가 대폭 증가하면서 베트남 한인사회가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자칫하다간 제2의 필리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전 필리핀 한인사회도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현지 교민 수가 역대 최대인 15만명에 도달한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과 어학연수생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카티, 올티가스 등 주요 한인지역에서는 필리핀 전성시대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구성원이 많아지면 분란도 커지는 법이다. 분모가 늘어나면 분자 역시 따라간다는 대수(大數)의 법칙이 필리핀 한인사회에 그대로 적용됐다. 연간 1~2명에 그쳤던 필리핀 한인사회 사망자가 2015년에만 11명에 이르렀다. 현지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고, 교민사회의 경각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호황을 누리던 한국식당들이 문을 닫았고, 한인커뮤니티에는 사기꾼·범죄자를 잡아달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필리핀 교민 수가 5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최근 베트남 한인사회에서 횡행하는 각종 사기, 온라인도박, 중고폰 등 불법 거래는 필리핀 초기 한인사회에서 판친 범죄스타일과 유사하다. 베트남에서는 지난 8일에도 불법 온라인도박을 하던 한국인들이 현지 공안에 체포됐다. 베트남에도 필리핀처럼 한국인 범죄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공안부에 ‘코리안데스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다만 베트남과 필리핀은 문화적 특성과 교민 구성 등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베트남 현지 교민들은 여전히 한인식당에서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처음 보는 한국인에 대해서도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 주재원 중심의 한인사회가 서로를 신뢰하는 미덕을 만들어 온 덕분이다.

그러나 대수법칙은 비단 필리핀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등 다른 교민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돼 왔다. 한번 깨진 신뢰가 얼마나 회복하기 어려운지는 이미 여러 사례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베트남 교민들은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 비슷한 거리의 베트남과 필리핀이 항공권 가격에서는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점을 강조하며, 요즘 베트남이 너무 뜨겁다고 푸념한다. 베트남행 왕복항공권이 필리핀처럼 30만원이 되는 그날. 베트남 교민들은 정말 푸념을 멈출 수 있을까.

 

지난 21일 한국인 오모씨(35)가 호찌민 탄손넛국제공항을 통해 중고휴대폰 418대(1억5000만원 상당)를 밀반입하려다 현지 공안에 체포됐다. [TTXVN 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와 컴패션의 따뜻한 동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