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SK 주4일제 실험, 재계 혁신의 신호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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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9-05-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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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산업부 백준무 기자]

"예전에만 해도 이런 파격적인 혁신은 우리의 몫이었는데…."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 A씨는 아쉬움과 부러움이 반반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SK그룹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는 소식이 들린 직후였다.

지난해 말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는 격주로 주 4일 근무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둘째 주와 넷째 주 금요일에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구성원의 행복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결정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벌써부터 다른 계열사에 재직 중인 이들도 주 4일 근무제의 확대 적용을 기다리는 눈치다.

A씨의 말처럼 그동안 재계에서 기업문화의 혁신을 이끌어 온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1993년 삼성은 '7·4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그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다. 오전 7시에 출근하되 오후 4시에 퇴근해서 남은 시간을 자기계발에 활용하라는 취지다.

출근 시간만 앞당길 것이라는 내부의 반발 속에 시행됐지만,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결단은 임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삼성증권에서 근무했던 가수 김광진이 퇴근 뒤의 시간을 이용해 불후의 명곡 '마법의 성'을 작곡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임직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새벽형 인간'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랐을 정도로 여파도 대단했다.

이후 7·4 근무제는 2015년 삼성전자에서 자율출퇴근제로 진화했다. 하루에 최소 4시간은 일하되 주당 40시간의 근무시간만 채우면 자유롭게 출퇴근이 가능한 방식이다. 삼성의 과감한 행보는 국내에 유연근무제가 자리잡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SK의 주 4일 근무제는 아직은 시범 단계다.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될 것이라는 환영도, 시기상조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공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의 파격이 사회 전체로 퍼졌듯, SK의 혁신 또한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른 그룹에서도 SK의 뒤를 이어 보다 창의적인 기업문화 만들기에 나서길 바란다. 이러한 경쟁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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