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경제개발공사 한국 대표이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부인 김소연 대표가 바라본 한국의 2‧3세 경영인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젊은 경영 리더들이 창조적 파괴 마인드로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과감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국내 중견기업 2‧3세를 대상으로 열린 ‘Young CEO’ 간담회 참석차 방한한 김 대표는 22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기업, 특히 중견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선 독일 기업처럼 세계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과 동시에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품질개선을 통해 기업의 국제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독일 마르부르크대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전문 통역사다. 그동안 슈뢰더 전 독일 총리,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의 통역사 역할을 맡아왔는데, 작년 말 슈뢰더 전 총리와의 결혼을 깜짝 발표하면서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중요한 것은 기업의 크기가 아니라 신속함, 변화에 대한 빠른 대처다. 중견기업이 빠른 의사결정의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급속히 변하는 시장 패러다임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양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Young CEO' 간담회도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건네기 위해 참석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꼽은 첫째 조건은 “독일처럼 혁신의 공생이 가능한 국가와의 전략적 제휴”다. 경제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바탕으로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독일은 한국 기업이 벤치마킹할 최적의 국가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독일산업은 미텔슈탄트(Mittelstand)로 불리는 중소‧중견기업이 중추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8000만명의 독일인구가 아닌 5억명의 유럽연합(EU)과 80억명의 전 세계 수요자를 생각하고 제품을 개발한다”며 “한국 기업도 해외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혁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해 기업을 국제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이 강한 중소기업을 보유할 수 있는 이유로는 체계적인 제품 개발 시스템과 ‘메이드 인 독일’ 브랜드의 확산을 꼽는다. 여기에 기업경영을 결정하는 노사 공동의결(Mitbestimmung)제도를 통해 쌓은 직원들과의 신뢰가 기업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최종 의사결정은 최고경영자의 몫이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무 담당 직원과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며 "노사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기업 상황을 직원들이 공유하고, 숙련된 인력을 양성해 전문 기술인을 확보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독일은 ‘산업적 공생관계’에 있다고 규정한다. 아우디의 첫 양산전기차 이트론(e-tron) 사이드미러 시스템에 삼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됐고, 폭스바겐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전략적 파트너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참여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양국은 수출중심의 경제구조로서 공정한 자유무역을 지지해야 하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다”며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에 함께 대응하는 한편, 상호보완적 협력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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