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한 한국백신'...영유아 생명 담보로 결핵백신 출고량 조절하다 과징금 10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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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9-05-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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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백신, 가격 비싼 경피용 결핵백신 판매량 늘리려 18배 가격 싼 피내용 백신 수급 중단하다 덜미 붙잡혀

출생 4주차 아이를 둔 엄마들을 외면한 채 결핵 백신 수급량을 조절하며 의료시장을 교란한 한국백신이 1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다. 예방주사 시기를 놓칠 경우, 영유아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도 있는 만큼 관리당국 역시 한국백신의 행위를 엄중하게 살펴봤다. 더구나 고가 백신에 대한 무료 접종을 시행하면서 140억원에 달하는 국고까지 손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BCG 백신을 독점 수입·판매하고 있던 ㈜한국백신 등(한국백신판매㈜,㈜한국백신상사 포함, 이하 한국백신)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 판매 증대를 위해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을 중단해 부당하게 독점적 이득을 취득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 90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한국백신과 관련 임원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BCG 백신은 영·유아 및 소아의 결핵 예방을 위한 백신으로, 생후 4주 이내 접종이 권장된다. 접종방법에 따라 주사형인 피내용 BCG와 도장형인 경피용 BCG로 나뉜다. 피내용 BCG는 국가필수 예방접종 백신이어서 무료로 지원된다.
 

경피용 백신의 경우, 1인당 4만3000원 가격이며 피내용은 2350원밖에 되지 않는 등 18배의 가격 차이가 난다. [사진=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 제공]



앞서 2016년 3월 한국백신은 일본 백신 제조회사인 JBL사의 피내용 BCG 백신 허가를 획득해 같은 해 모두 2만1900세트의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했다. 원활한 백신 수급을 위해 질병관리본부가 한국백신과 계약한 이후 수입이 이뤄졌다.

다만, 한국백신은 같은 해 9월께 주력제품인 경피용 BCG 백신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이를 늘리기 위해 피내용 BCG 백신 주문을 감소시켜나갔다. 

한국백신은 2016년 10월 JBL사에 피내용 BCG 백신 주문량을 1만 세트로 축소했다. 12월에는 JBL사와의 업무 협의 과정에서 수정된 주문량 1만 세트도 더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2017년에는 피내용 BCG 백신을 전혀 수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백신은 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취소 이후에도 이를 질병관리본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다 보니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은 중단되고, 차질없는 신생아 결핵 예방을 위해 질병관리본부는 울며겨자먹기로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에 대한 임시 무료예방접종을 2017년 10월 16일부터 지난해 1월 15일까지 실시할 수 밖에 없었다. 피내용 BCG 백신 공급 중단이 지속되면서 임시 무료예방접종은 지난해 6월 15일까지 5개월 연장됐다.

경피용 백신의 경우, 1인당 4만3000원 가격이며 피내용은 2350원밖에 되지 않는 등 18배의 가격 차이가 난다.

이 기간 경피용 BCG 백신 사용량과 BCG 백신 전체 매출액이 급증해 한국 백신은 독점적 이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실제 경피용 BCG 백신 월 평균 사용량은 2만7566세트로 직전 월 대비 약 88.6%, BCG 백신 월 평균 매출액은 7억 6200만 원으로 직전 월 대비 약 63.2% 증가했다.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해 준 결과, 140억원 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집행되기까지 했다.

한 맘카페 회원인 황모 주부는 "신생아를 두고 이익에만 눈이 멀어 백신량을 줄인 업체가 괘씸하다"며 "과징금 10억원도 낮은 수준의 처벌이 아닌가 싶다"고 꾸짖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피내용 BCG 백신을 선호하는 신생아 보호자들은 경피용 BCG 백신 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어, 선택권을 제한받았다"며 "특히, 신생아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최초로 제재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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