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큐베이터'로 부상한 아시아...'텐배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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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9-05-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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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사이 주가 10배 오른 '텐 배거' 기업 절반 이상이 아시아

  • 인도, 美·유럽 제치고 가장 많은 텐 배거 배출... TCS·HCL 포함

아시아가 ‘텐 배거(ten bagger)’를 키우는 ‘인큐베이터’로 부상했다. ‘텐 배거’를 직역하면 '10루타'라는 뜻이지만, 야구경기에서 쓰는 용어는 아니다. 주로 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종목을 말한다.

기업재무데이터 조사업체 퀵팩트셋이 전 세계 약 3만개 상장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간 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텐 배거 기업은 3346개라고 닛케이아시안리뷰(NAR)가 최근 보도했다.

주목되는 점은 이 중 절반 이상인 1679곳이 아시아지역(일본, 중앙아시아 제외) 기업이란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의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이 지역 기업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아시아 신흥국은 풍부한 인구,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뽐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0%에 그친 반면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은 160%에 달했다.

3346개 텐 배거 기업 중 미국은 482개, 유럽 470개, 일본은 193개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텐 배거를 보유한 인도(494개)에 모두 뒤처졌다. 과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규모를 키운 미국 기업들처럼 아시아에서도 빠른 시간 안에 세계를 휘어잡을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 도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도·중국, 아시아 기업 성장의 요람··· TCS·텐센트 탄생시켜

특히 인도 기업들의 빠른 성장세가 눈에 띈다. NAR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재능 있는 인재들을 포진시킨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세계 굴지 기업으로 키워내고 있다.

인도 1위 대기업인 타타그룹의 IT 서비스 기업 타타컨설턴시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 TCS)가 대표적이다. TCS는 지난 10년 사이 시가총액이 10배 증가한 1083억 달러(약 128조6000억원)로 인도 간판 텐 배거 기업으로 떠올랐다.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굳혔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신원 확인, 자산의 토큰화, 추적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5가지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TCS의 라이벌로 꼽히는 HCL테크놀로지도 아시아 텐 배거 중 16번째로 많은 시총을 자랑한다. 인도 주택개발(HDFC)은행과 바자즈파이낸스 등 금융사도 주목할 만한 텐 배거로 평가된다. 인도는 빠른 성장세에 비해 아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은행 대출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개인대출이나 기업대출을 제공하는 금융사들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둘째로 많은 텐 배거를 보유한 나라다. 지난 10년간 334개의 텐 배거를 탄생시켰다. 1679개 아시아 텐 배거 중 시총이 가장 높은 텐센트를 배출해내 기도 했다.

텐센트의 시총은 4378억 달러로 지난 10년간 약 33배 늘었다. 중국 대표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과 결제 시스템 위챗페이 등 애플리케이션(앱)이 텐센트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됐다. 텐센트는 자사 앱을 사용하는 11억명의 사용자를 통해 스마트폰 게임, 음식배달, 음악 스트리밍, 호텔 예약 등 다양한 수익창구를 개발해 수입을 올렸다.

마화텅 텐센트 대표는 "중국 스마트폰 보급에 맞춰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세계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주류회사인 구이저우마오타이,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 스포츠웨어 업체 안타스포츠 등이 중국의 대표적인 텐 배거로 꼽힌다.

◆"아시아 텐 배거 성장세 둔화 가능성 높아··· 일부 과대평가"

한국에서는 SK하이닉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텐 배거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칩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10년 만에 시총을 10배 늘렸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판매 호조로 인해 주가가 높이 올라 명단에 포함됐다고 NAR은 전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상당수 텐 배거가 탄생했다. 인도네시아 85개, 태국 82개, 말레이시아 71개 등이다. 이 중에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담배 최대기업 구당가람과 태국 재계 1위 기업인 CP그룹의 유통 전문 자회사 시피올(CP All), 말레이시아 초대형 투자사 합셍그룹 등이 포함돼 있다.

동남아 기업 중에는 서비스 분야 기업의 이름이 유달리 많았다. 관광객의 증가로 면세점 수익이 크게 늘어난 태국공항과, 인도네시아의 유명 편의점 알파마트를 운영하는 숨버르알파리아트리자야 등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시아 텐 배거 기업들이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기업들의 성장세도 동반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시아 경제 성장률은 2018년 5.9%에서 올해 5.7%, 2020년에는 5.6%로 둔화할 전망이다. 아직 다수 국가들의 소비는 견조한 편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이 성장 가능성만으로 과대평가돼 곧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해 가을 주가가 같은 해 6월에 비해 200홍콩달러(약 3만원) 가까이 떨어진 텐센트가 대표적이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니시하마 도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경제가 성숙해지면서 소비자의 눈높이가 올라갔고, 소비 욕구도 강해졌다”며 “단순히 규모의 확장을 추구하는 방법만으론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니시하마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해당 기업들의 경영권이 해외 유학 경험이 풍부한 창업자들의 자녀 세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독창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이들의 경험을 통해 세계적으로 활용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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