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애플' 꿈꾸다 추락...'전자담배'로 반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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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5-0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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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스마트폰 제조업체 '스마티잔' 창업자 뤄융하오 CEO

  • 애플 아이폰에 충격받고 창엄...첫 작품 이후 모두 실패

  • 시장 잠재력 크지만...3대 선발업체 따라잡을지 '미지수'

뤄융하오(羅永浩) 스마티잔(Smartisan·錘子科技)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애플’을 만들겠다며 중국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첫 작품 외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게 되면서 참패를 맛봤다.

최근 뤄 CEO의 근황이 공개돼 많은 중국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한동안 잠적했던 그가 실패를 딛고 스마트폰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바로 전자담배 사업이다. 고교 중퇴 후 창업의 신화를 쓴 뤄융하오가 또다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뤄융하오, 전자담배 시장서 재도약 노려
 

뤄융하오(羅永浩) 스마티잔(Smartisan·錘子科技) 최고경영자(CEO) [사진=바이두]

지난 3일 중국 대표 테크 전문 매체 36커(36氪)는 뤄융하오 CEO가 스마트폰 사업이 아닌 전자담배 사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뤄 CEO는 이날 '샤오예(小野)'라는 전자담배 브랜드를 야심차게 들고나오며 새로운 도전을 밝혔다. 샤오예라는 이름은 과거 스마티잔이 등록한 상표로, 뤄 CEO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자담배 시장으로 뛰어들었지만 스마티잔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매체가 전했다.

뤄 CEO는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서 “최근 중국 당국이 담배 규제 정책을 펴고, 전자담배가 상대적으로 건강에 덜 나쁘고 간접흡연의 위험이 적다는 인식 때문에 중국 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전자담배 열풍에 편승해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중국 전자담배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까지 중국에서 전자담배 열풍이 계속 불고 있지만 정작 중국 내에서 전자담배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면 중국 전자담배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의 애플' 만들겠다던 뤄융하오는 누구?

뤄 CEO는 옌볜(延邊)의 최고 명문 고등학교인 옌볜 제2중에 들어갔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퇴했다. 이후 중고책을 팔거나 밀수 자동차를 거래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영어 공부를 독학한 끝에 29세에 중국 최고 명문 영어학원인 신둥팡(新東方)학원의 강사가 됐다.

그는 재치있는 입담으로 수강생들을 사로잡으며 단번에 스타 강사가 됐다. 이후 그는 영어강사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다. 그러던 가운데 미국 애플의 등장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은 뤄 CEO는 2012년 스마트폰 제조업체 스마티잔을 창업했다.

스마티잔은 '중국의 애플'을 표방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4년 출시한 '스마티잔 T1'이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발한 소프트웨어, 간편한 조작으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게 됐다. 하지만 이후 출시한 스마트폰은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뒀고, 2015년부터 해마다 평균 4억 위안(약 689억4800만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 위기에 시달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기술굴기에 제동이 걸리자 스마티잔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2월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뤄 CEO는 잠적했다. 그를 둘러싸고 이민설, 사망설 등 여러 루머가 돌았지만 그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랬던 그가 최근 전자담배 사업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중국, 세계 최대 담배 소비국·생산국으로 ‘도약’

뤄 CEO는 또다시 자신의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다고 나섰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를 통해 "중국의 전자담배시장 잠재력을 엿봤다"면서 "전자담배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모든 것을 걸고 다시 도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담배 소비국이자 생산국이다. 세계 흡연자 3명 중 1명은 중국에 살고 이들이 세계 전체 담배의 44%를 소비한다. 전체 인구에서 흡연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27%로 세계 평균(22%)보다 훨씬 높다.
 

[자료출처=첸잔산업연구원(前瞻業究院)]

최근 첸잔산업연구원(前瞻業究院)이 발표한 ‘중국 전자담배 시장 수요 예측과 투자 전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2017년 중국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6억7700만 달러(약 7914억1300만원) 규모로 전년 대비 25.28% 증가했다. 중국 전자담배 시장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 여러 해 성장률을 기하평균으로 환산한 값) 36.28%를 기록하며 성장했다.

중국 뉴스 포털 제몐(界面)은 "중국의 전자담배 시장 성장률은 각종 규제로 둔화세를 보이는 전 세계 전자담배 시장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다"면서 "올해 중국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8억170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체는 중국 전자담배 시장성장률은 물론, 생산량도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2018년 중국의 전자담배 생산량은 총 22억2900만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올해 생산량은 28억9800만개로 예상했다.

◆뤄융하오, 기대와 우려 한몸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전자담배의 90% 이상을 생산한다. 한 해 전자담배 3억개 이상이 중국에서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하지만 정작 세계 최대의 담배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에서 전자담배를 구하기 어렵다. 이에 뤄 CEO가 중국 전자담배 시장을 노리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은 "뤄 CEO는 중국이 전자담배에 대한 방대한 소비잠재력을 갖추고 있으며 아직 명확한 법안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전자담배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전체 흡연자 규모 대비 전자담배 소비 시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담배 유해물질 등에 대한 중국인들의 위험 의식이 점차 커지면서 금연 대용품으로서 전자담배의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게 매체의 관측이다. 또 중국은 궐련형 담배는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전자담배와 관련해서는 공공장소 내 사용을 제한하는 선에 그치는 등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기대의 목소리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온다. 이미 중국 3대 전자담배업체가 지난 3년간 평균 200% 성장률을 보이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비집고 들어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잉취하이테크(盈趣科技) 아이웨이푸쓰(艾維普思) 마이커웨이얼(麥克韋爾)은 2015~2018년 3년간 평균 수익률 210%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뤄 CEO는 자신감을 보였다.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포부다. 뤄 CEO는 "전자담배 사업에서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다음에 스마티잔을 다시 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아이폰에 버금가는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을 출시해 성공하는 것이 그의 꿈이라면서 중국의 애플 꿈은 아직 접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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