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젠더 감수성 잊은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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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19-04-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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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람은 항상 그 어떤, 자기 나름대로 트라우마가, 좀 열등감이 있다고요. 정말 결혼도 포기하면서 오늘 이곳까지 온, 어떻게 보면 올드미스입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25일 같은 당의 임이자 의원을 이같이 표현했다. 문희상 의장을 항의 방문하다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한 임 의원을 옹호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미혼여성을 이런 식으로 성적 모욕했다는 건 대한민국 국회의 치욕”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은 키 작은 사람에 대한 '편견'과 ‘젠더 감수성’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렇다면 기혼여성에 대한 성추행은 괜찮고, 미혼여성은 안 된다는 말인가.

정치인들의 여성 차별성 발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6년 10월 한선교 한국당 의원은 현 교육부장관인 유은혜 의원에게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유 의원이 불쾌하다며 사과를 요청하자 한 의원은 “미안하다”고 했지만,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 의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7년 대정부 질문에서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김 의원은 “하얀 머리가 멋있다. 여자분들이 백색 염색약이 다 떨어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여성 의원들이 비판 성명을 냈지만, 당시만 반짝할 뿐 바뀐 것은 없었다. 

특히 남성 의원들의 이 같은 ‘성희롱‧막말’ 발언은 과도한 특권의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에게는 특권 중의 특권이라는 불체포특권‧면책특권 등이 주어진다. 또 국민의 대표라는 미명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린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막말·성희롱을 해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기 때문에 당내 징계나 국회 윤리위원회 징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를 만나 국회의원이 된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에도 나는 변한 게 없다”며 “그러나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바뀐다”고 했다. 당연하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만큼 국회의원들이 본인에게 주어진 큰 권한에 걸맞은 큰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가 성희롱·막말 논란에 휩싸인다는 것은 그를 뽑아준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자성의 시간을 갖고 '언행'을 조심스럽게 한다면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부 신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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