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라보’ 수업, 초등학교 협업·창의 교육 열쇠 될까

윤상민 기자입력 : 2019-04-24 16:32
닌텐도 기기와 종이 교구 결합해 학습 도구로 메이커 수업 일환으로 학생들 호응 높아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협업하며 창의성 키워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서울청량초등학교.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여느 초등학교와 다르지 않다.

‘따르릉’. 김원유 교사가 교단에 서서 종을 흔들자 4학년 3반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박수 세 번을 친다. 수업 들을 준비가 됐다는 신호다.

“피아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사람? 우리 장인들이 만드는 과정을 먼저 볼까요?” 김 교사가 영상 자료를 틀어주자 아이들이 집중했다. “피아노를 만드는 데 며칠이나 걸릴까요? 45일이 걸린대요. 오늘 우리도 장인이 돼 닌텐도 라보로 피아노를 만들어 볼 거예요. 자기 모둠 교구 가져오세요.”

아이들이 닌텐도 스위치와 라보 교구를 꺼내 자기 모둠으로 돌아온다. 서너 개 책상을 붙인 아이들이 익숙하게 닌텐도를 켜고 교구를 꺼내 피아노를 조립하기 시작한다. 수업 시간 두 시간 안에 총 여섯 단계를 거치면 골판지 피아노가 완성된다.

“네가 닌텐도 화면 좀 돌려줘, 내가 만들어 볼게” “이건 내가 조립할게”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집중했다. 여느 초등학교의 왁자지껄함이 협업의 소리로 변했다.
 

김원유 서울청량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메이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윤상민 기자]

이날 서울청량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메이킹 수업은 세 번째 시간이었다. 닌텐도 라보를 이용해 만들기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의 호응이 매우 좋다.

닌텐도 라보 교구는 골판지 키트를 조립해 만드는 방식이다. 닌텐도 기기 화면의 움직이는 설명서를 보고 아이들이 직접 키트를 조립한다. 만들기, 놀기, 이해하기가 고루 갖춰져 있다.

닌텐도-라보 교구를 수업 교재로 선택한 이유로 김 교사는 편의성을 꼽았다. 그는 “처음엔 3D프린터로 작업을 해보려고 했는데 출력시간도 오래 걸리고, 초등학교는 전 과목을 가르치다보니 수업준비가 어려운 건 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하는 데 한 반에 5~6대 정도의 닌텐도 기기가 필요하다. 고가의 기기를 구매하는 데 드는 예산은 정부 지원이다. 김 교사는 “요즘 서울시교육청에서 메이커 사업에 관심이 많아 학생들이 창의적인 수업을 하도록 많이 지원해준다”며 “청량초는 4년째 소프트웨어 선도학교에 뽑혀 연 1000만원 정도 예산을 지원 받는데 이중 일부를 기기구매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현재 닌텐도 라보 수업은 2시간씩 총 5회로 예정돼 있다. 골판지 키트는 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다른 반에서 닌텐도 라보 수업을 원하면 김 교사가 닌텐도 기기를 빌려준다.

김 교사는 “닌텐도가 게임기라서 어른들이 부정적으로 보는데 수업을 해보면 아이들이 닌텐도를 학습에 활용하면서 스스로 필요할 때만 쓰는 자제력이 생긴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매우 좋아한다는 점이 바로 메이커 수업의 가장 큰 수확”이라며 “수업이 끝나면 뭔가 결과물이 나오니 성취감을 느낀다는 점도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닌텐도 기기에서 설명을 보며 골판지 피아노를 조립하고 있다.[사진=윤상민 기자]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처음에는 게임기로 수업을 한다기에 노는 것 아니냐는 학부모도 있었지만, SNS로 수업 사진을 보내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청량초등학교에서 닌텐도-라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방과후수업으로 신청한 35명이다. 김 교사는 여름방학 때 캠프를 모집해 더 많은 학생에게 체험의 기회를 줄 계획이다.

교육계에서는 미래형 인재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협업 능력과 창의성을 꼽는다. 하지만 교육과정의 개편 없이는 이런 인재 양성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게임회사의 도전은 신선한 자극인 셈이다.

김 교사는 “메이커 수업이나 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학생들이 잘 따라오게 만들어진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며 “처음 하는 선생님도 두려움을 낮추고 도전하면 학생들이 더 즐거운 수업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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