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인] "신용불량자가 마음까지 불량한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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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입력 2019-04-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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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 무이자 소액대출 이어온 '키다리아저씨'

  • 8년 누적대출금 7억3천여만원… 상환율 85%, 서민금융진흥원 사업평가 1위

  • 슬로건 '사랑·실천'…"신용은 관심에서 시작, 상환 때 조금이라도 저축해야"

더불어사는사람들 이창호 상임대표는 현대판 '키다리 아저씨'라 불린다. 지난 21일 오후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난 그가 환화게 웃고 있다.[사진=신병근 기자]

[데일리동방] 누구든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쉽게 돈을 빌릴 순 없다. 대출 문턱이 높아 사채에 손을 대기도 한다. 큰 돈이 필요한 게 아닌데도 저신용자들에겐 '신용불량자'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은 이들의 안타까운 처지에 공감하며 설립됐다. 그리고 이창호(65) 상임대표는 무이자·무보증·무담보 3무(無) 대출을 8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고객들은 그를 현대판 '키다리 아저씨'라 부른다.

◆ 진심이 곧 신용조회… 1200여 명에게 도움의 손길

22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창호 대표는 별명처럼 장신(長身)이었다. 신용협동조합을 만드는게 어릴적부터 꿈이었다고 한다. 서울 신진공고(현 신진과학기술고) 졸업 후 GM코리아에 입사했다. 

회사 생활은 3년6개월 동안 했다. 상고 출신의 입사 후배가 자신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회사에 항의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 회사를 관두고, 거주했던 마포지역 신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냥 '신용'이란 단어가 좋았다고 한다.

1985년 서른 살이 된 이창호 대표는 최연소 중앙신용협동조합 감사에 임명됐다. 그리고 스스로 신협을 운영해보고 싶었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실제 신협을 구성하기 쉽지 않았다. 설립조건이 까다로웠다.

그러던 중 급전이 필요했던 이웃의 소식을 접했다. 이때 결심했다. 소위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돈이 급할 때 부담없이 도와주는 조직을 결성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은 이렇게 시작됐다. 2011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해 지금까지 1200여명의 저신용자들에게 7억3600여만원을 대출해줬다. 상환금이 5억6100만원, 상환율은 85%에 달한다.

금융위원회 산하 서민금융진흥원의 지난해 사업평가에서 더불어사는사람들은 지원금 배정기관 8곳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창호 대표도 서민금융대상 개인부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상을 받았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주위에서 도와줘야 더불어 잘 살 수 있다는게 그의 인생철학이다.

이를 위해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창호 대표는 "상담전화 중 열에 아홉은 한부모 가정인데 대부분 신용불량자들"이라며 "돈을 빌려도 이자에 대한 두렴움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어떤 방법으로든 실천해야 가치가 있는 법"이라며 "'이자부담 없는 소액대출, 나를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착한 대출'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별도의 개인정보 조회 없이 전화 상담으로 전달되는 '진심'을 신용의 척도로 삼는다. 혼자 지내는 사람보다 가족 부양자가 대출 우선순위다. 한달 취급할 수 있는 대출액은 2000여만원 수준이다. 이창호 대표는 소액이라도 누군가에겐 제때 필요한 소중한 돈인만큼 항상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더불어사는사람들 이창호 대표가 대출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신병근 기자]

◆ 돈보다 존중이 우선…"청년들, 특히 학생에게 장난치지 마라"

2년 전 겨울, 교도소에 수감중이던 50대 남성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10만원이 필요하단 내용이다. 이창호 대표는 이 수감자에게 대출잔액 20만원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돈을 빌려줬다.

수감자는 이번 달 출소해 30만원 전액을 상환했다. 남들에겐 적은 돈일지라도 당사자에겐 액수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이창호 대표는 그 진심을 존중했다. 이 출소자에게 오히려 감사의 편지까지 보냈다.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게 아니다. 이창호 대표는 '금융복지'를 강조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치과치료, MRI 촬영, 법률지원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PC와 생활물품도 제공한다.

그는 "이런 게 포용금융"이라고 주장했다. 성실 상환자에게 대출 규모를 확대하고, 우대 상환조건을 제시해 경제적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자처했다.

또 청년들, 특히 학생들의 대출 환경도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눈물 흘리던 20대 알바생의 모습을 봤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학생들의 상담이 몰려드는 데,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장학재단이 있으면 뭘 하나. 현재 2%대 이자를 더 낮춰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희망인 학생들에겐 최대 1%까지 대출이자를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외침은 일부 대기업 총수에게까지 전달됐고, 후원금이 마련됐다.

익명으로 더불어사는사람들을 후원하는 개인들도 늘고 있다. 이창호 대표는 "세상엔 진정한 키다리 아저씨들이 많다"며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나쁜 마음만 먹지 않는다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는?
=1955년 5월 22일 서울 출생
=신진공고,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 졸업
=1985~1988년 중앙신용협동조합 감사
=1988~1990년 바른두레생활협동조합 실무책임
=2011년~현재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 서민금융연구원 이사, 서민금융주치의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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