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이제는 좀 더 확실하게 석탄발전을 이야기하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노승길 기자
입력 2019-04-03 08:2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김성수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김성수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누구에게나 아픈 손가락은 하나 있기 마련이다. 잘 풀리지 않아 안타깝지만 여전히 소중한 자식을, 우리는 ‘아픈 손가락’에 빗대곤 한다. 우리 전력산업에도 아픈 손가락이 하나 있는데, 석탄발전이 바로 그것이다. 석탄발전은 해외의존도 95%라는 불리한 에너지수급 환경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적적인 성장을 견인한 우리 산업체에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큰 기여를 해왔음에도 지금 아픈 손가락이 되어 버린 것은 바로 이 석탄발전이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카본트래커라는 영국의 한 비영리 연구단체에서 발간된 보고서가 신문지상을 오르내렸다. 기사들은 한결같이 ‘한국 석탄발전의 좌초자산 규모가 세계 최고’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무리한 가정과 우리 전력시장에 대한 이해부족이 곳곳에 눈에 띈다.

먼저 120조원이라는 자극적인 숫자에 앞서서, 그 보고서가 가정했던 시나리오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 지구상에서 퇴출’시키는 그 시나리오는 에너지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현실적이지 않다. 해당 시나리오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감축기술 개발을 위한 가이드를 위해 만든 참고 수치로, 이를 처음 제시한 보고서에서도 예측치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친절하게’ 언급하고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객관적으로 예측한 보고서(World Energy Outlook)에는 석탄이 2040년에도 전체 발전량의 25%의 비중을 보이며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로 큰 문제는 1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있다. 보고서에서 이 숫자는 석탄발전을 서둘러 폐지함으로써 잃어버리는 미래의 수익으로 산정하였는데, 한국 전력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좌초자산의 규모를 크게 부풀리는 실수를 범했다.

우리나라는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가스발전기와 석탄의 가격차가 매우 커서, 단일 시장가격으로는 석탄이 과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런데 이 이익을 사업자가 모두 가져가게 되면 소비자는 매우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그간 정부는 정산조정이라는 방법으로 석탄발전 수익을 일정한 수준으로 규제해 오고 있다.

그래서 이들 회사가 실제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규모를 살펴보면 최대로 잡아도 연간 3조원 수준이다. 단순히 어림하여도 20년간 120조원 규모는 매년 6조원의 수익을 빠짐없이 얻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맥락을 모르고 도출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본트래커의 보고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차 수급계획을 통해서 재생에너지원의 확대와 추가적인 석탄 건설의 지양을 천명하였지만, 이미 계획된 석탄은 현재에도 건설 중이고 노후석탄의 성능 개선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수조원대의 투자는 향후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여건에 따라서는 현재와 같은 불완전한 시장구조 때문에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선언뿐만 아니라 발전사업자에 영향을 미치는 전력시장 제도와 배출권거래제 등을 포괄하는 석탄발전의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여야 한다.

로드맵을 정하는 데 있어서 빠뜨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전제는 이에 따르는 고통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정부·국회·전문가들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여 결론을 도출한다면, 한국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단체들의 근거 없는 숫자놀음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픈 손가락을 가진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가계에 보탬이 되었던 자식이 어느 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면, 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자식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것이 지혜로운 부모로서 할 일이다. 누구에게나 아픈 손가락은 하나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