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다주택자 최정호와 '집값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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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9-03-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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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말도 언제, 누가 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르게 들린다. 말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까지 알면 특히 그렇다. '집값 안정'을 예로 들어보자. 다주택자가 말하는 집값 안정과 내 집 마련이 시급한 무주택자가 말하는 집값 안정은 같을 수 없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얼마 전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집값 안정"을 얘기했다. 현재 집값 수준에 대해 "일련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실수요 중심으로 안정적인 시장 관리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정부 들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어서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쩐지 달리 들렸다.

앞으로 집값이 더 안정화돼야 한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갸우뚱했던 것은 진정성을 느낄 수 없어서다. 그는 정말 집값 안정을 바라서 한 말일까 아니면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를 원해서 한 말일까. 

유명 부동산 커뮤니티서는 그를 '현명한 투자자'라고 평한다. "분당 집을 딸과 사위에게 증여한 것과 세종시 펜트하우스를 '줍줍한' 것은 정말 신의 경지"라는 칭찬 일색이다. 이번 정부 들어 증여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던지는 대신 부의 대물림을 택했다. 이들이 증여를 선택한 데는 절세의 목적도 있지만 집값이 오르리라는 확신도 짙게 깔려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잇달아 내놓은 대책은 다주택자와의 전쟁으로 요약된다. 하물며 9·13 대책을 통해 1가구 2주택자의 대출마저 꽁꽁 묶었다. 집을 세 채 가진 게 죄는 아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정부에서는 죄다. 다주택자 타도를 외치는 현 국토부의 수장 자리에 다주택자가 앉는다면, 그가 말하는 '집값 안정'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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