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못찾은 英의회, '키친 싱크' 던진 메이...갈 길 먼 브렉시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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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3-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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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의회 '의향 투표'에서 브렉시트 대안 8개 모두 부결

  • 브렉시트 연기 방안은 가결...제3 승인투표 여부 주목

  • 메이 총리, 합의안 걸고 '사퇴 카드'..."불확실성 커져"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의향 투표'를 진행했으나 8개 대안 모두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브렉시트 논의가 또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조건부 사퇴 카드를 들고 브렉시트 합의안 가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회가 EU의 제안대로 일단 4월 12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가결했으나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英의회, 대안 찾기 실패...승인투표 열릴까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27일(현지시간) 8개 대안을 놓고 토론을 벌인 뒤 '의향 투표'를 진행했다. 의향 투표는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여러 옵션에 대해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하원의원들은 투표 용지를 이용해 다양한 각각의 대안에 대해 '예(Yes)' 또는 '아니오(No)'를 기재해 의견을 표했다.

그러나 8개 대안 모두 과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일단 국민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제2 국민투표(M) 옵션은 가장 많은 268표의 찬성표를 얻었지만 과반수에 미치지는 못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의 관세동맹(J) 옵션은 찬성 264표, 반대 272표로 부결됐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제시한 수정안을 반영(K)하자는 옵션도 찬성 237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밖에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없이 EU 탈퇴)(B) △공동 시장 2.0(D)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유럽경제지역(EEA) 잔류(H)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브렉시트 철회(L)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 수용(O) 등도 모두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의회가 제3 승인투표라는 영국 정부의 요청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 정부는 당초 브렉시트 시점이었던 29일께 제3 승인투표를 통해 합의안을 수용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한 상태다.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도 의향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이번 투표 투표 결과는 왜 메이 총리가 내놓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최선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직 승인투표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의회는 이날 EU 탈퇴 시기를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 행정입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 찬성 441표 대 반대 105표로 가결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4월 12일로,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5월 22일로 연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영국 의회 밖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한 남성이 유니언잭과 유럽연합(EU) 깃발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앞서 EU는 정상회의를 통해 이른바 '투 트랙' 브렉시트 연기 방안을 제시했다.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하면 유럽의회 선거 직전인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한다는 것이 첫 번째 방안이다. 그러나 합의안이 부결되면 4월 12일까지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하거나,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제안이다.

만약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으면 일단 4월 1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되 전날인 4월 11일까지는 영국이 차기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4월 12일 '노딜' 상태로 자동 탈퇴하게 된다.

하원은 다음달 1일까지 다시 한번 여러 브렉시트 대안에 대해 논의한 뒤 '2단계 (의향 투표) 절차' 등 표결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주 내 브렉시트 합의안을 위한 제3 승인투표가 열리고 가결된다면 추가 의향투표는 열리지 않게 된다. 

◆사퇴 카드 꺼낸 메이...CNN "'키친 싱크' 던졌다"

메이 총리는 아예 초강수를 던졌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7일 '의향 투표' 직전 집권 보수당의 평의원 모임에 참석해 "우리 나라와 우리 당에 맞는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의도한 것보다 일찍 떠날 준비가 돼 있다"며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혔다.

표류하고 있는 브렉시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사퇴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오는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까지는 총리로서의 임무를 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7월 중순께 보수당 신임 대표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대안을 찾기 위한 '의향 투표'를 진행한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의향 투표에 앞서 의회를 떠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메이 총리는 이번 주 안으로 세 번째 승인투표를 열고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브렉시트 합의안을 적극 반대해왔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메이 총리의 사퇴 의사 발표 이후 합의안 수용으로 마음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2년여간 EU와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을 도출했다. 영국법에 따라 의회의 허락을 받아야 브렉시트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지난 1월 중순과 이달 12일 열린 두 차례의 승인투표에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당초 메이 총리는 지난해 말 보수당 당대표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면서 올해 말까지 1년간 불신임 위협 없이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승인투표가 잇따라 부결된 이후 보수당 내부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려면 구체적인 사퇴 의사를 밝히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CNN은 이날 보도를 통해 "EU는 지난 주 메이 총리에게 합의안에 대한 마지막 기회를 줬고 우리는 메이 총리가 이번 주 '키친 싱크'를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며 2022년 예정돼 있는 영국의 다음 선거 이전까지 영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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