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엘름그린 & 드라그셋 “일상의 재발견, 함께 생각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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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9-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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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름그린과 드라그셋.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저희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을 재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 듀오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이 전시를 통해 일상에 대한 질문을 건낸다. 전시 작품은 가벼운 일상적 소재들로 만들어졌지만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 개인전 ‘Adaptations(적응)'가 오는 4월28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지난 2015년 플라토에서 열린 전시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두 번째 개인전으로, 건축,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관통하며 현대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신작 20점을 선보인다.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스팔트 소재로 그린 교통안전표지판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작품 속 ‘SLOW(천천히)’ ‘TURN(회전)’ 이라는 문구와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 모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두 작가는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친숙하게 접하는 시각 언어가 잠재의식 속에서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문자와 기호에 통제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엘름그린은 “100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공공장소가 우리를 통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는 선과 표지판이 당신의 속도를 좌지우지한다”며 “여러분의 행동 중 무엇이 옳고 틀린지를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해보길 바란다. 규칙에 저항 할수도 있다”고 전했다.

공적인 공간과 반대되는 사적인 공간에 대한 작품들도 전시됐다.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꼬리뼈 형상의 작품 ‘Tailbone’(2019)은 시선을 압도한다. 인종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그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인 꼬리뼈는 결국 우리 모두가 동물계로부터 유래한 하나의 동족임을 상기시킨다.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반 나체의 남성이 발코니에 무심히 기댄 채 공허한 동공으로 발코니 아래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The Observer(Kappa)’(2019)도 흥미롭다.

엘름그린은 “아파트 발코니는 공공 공간과 사적 공간의 중간으로 볼 수 있다. 아파트 발코니는 내부이기도 하지만 외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Looped Bar’(2018)는 표면공사에 사용되는 산업재료인 코리안(Corian)으로 제작됐다. 이 작품은 엘름그린 & 드라그셋이 공공디자인에 내재된 권력 구조를 풍자하며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지속해온 대표 연작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 새로 선보이는 원형의 ‘Looped Bar’는 입구도, 출구도 없고, 바 내부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향해야 할 맥주 탭이 바깥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손님이 앉아야 할 의자가 안쪽에 갇혀 있는 등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닫힌 구조물’이다.

드라그셋은 “예술 분야에도 VIP가 존재한다. ‘Looped Bar’는 민주적이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갤러리 2관(K2) 엘름그린 & 드라그셋 개인전 《Adaptations》 설치전경.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두 사람은 1994년 코펜하겐 바(Bar)에서 우연히 만나 1995년부터 공동작업을 했다. 시를 쓴 엘름그린과 연극을 한 드라그셋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두 작가의 협업은 조금씩 인정 받기 시작했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2000년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주최하는 휴고 보스상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2년 독일 내 가장 권위 있는 미술상인 함부르크 반 호프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2009년 개최된 53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북유럽과 덴마크를 대표하여 국가관전 ‘The Collectors’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17년 제15회 이스탄불 비엔날레에서는 총감독을 맡아 기획자로서의 면모 또한 발휘했다.

2019년 한국에 던진 두 작가의 질문에 귀 기울여보자. 물론 질문에 대한 답은 관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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