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또 업무정지" '중국판 무디스'의 추락

배인선 기자입력 : 2019-03-25 10:49
증감회, 다궁국제 1년간 시정명령…신규 신용평가 업무 중단 나머지 신평사 3곳도 경고처분 디폴트 급증 속 신평사 '책임론' 확산

[사진=다궁국제 홈페이지]


'중국판 무디스’가 되겠다던 중국 민간 신용평가회사 '다궁(大公)국제’의 위상이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최근 중국기업의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급증의 책임에서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 7개월 만에 또 영업정지 처분 당한 다궁국제

25일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지난 22일 다궁국제에 대해 1년간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기간 동안 다궁국제는 신규 채권·주식 신용평가 업무를 맡을 수 없다. 또 자질이 부족한 수준 미달의 고위급 경영진도 교체해야 한다.  사실상 1년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다궁국제는 지난해 8월에도 신평사의 공정성·독립성 규정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향후 1년간 채권·주식 신용평가 업무를 하지 못 하는 처분을 받았다.  7개월 만에 또 다시 1년간 업무 시정 명령을 받으며 다궁국제는 사실상 내년 3월까지 신용평가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됐다. 업무 정지가 풀린다 하더라도 업무가 정상화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94년 설립된 다궁국제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인민은행과 국무원이 공동 비준해 승인한 전국 규모의 신평사다.  전세계적으로 비(非)서방국 신평사로는 처음으로 각국 신용등급 평가를 제공해 주목받기도 했다. 

앞서 2009~2010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는 무디스,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 등 국제 3대 신평사가 너무 정치적이며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2012년 러시아 신용평가사와 손잡고 '세계신용평가그룹'을 설립해 구미 중심의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중국판 무디스'를 꿈꾸기도 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사 통계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다궁국제가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채권은 2400개로, 중국 신용평가 시장의 16%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최대 신용평가사인 중청신(中誠信) 30.24%, 롄허즈신(聯合資信) 23.79%, 상하이 신세기(新世紀) 16.81%에 이은 4위다.

 

[자료=중국언론종합]


◆ 디폴트 급증 속 신평사 '책임론' 고조

다궁국제에 대한 처분은 증감회가 베이징·톈진·상하이·선전 증권감독관리국, 상하이·선전거래소, 중국증권업협회, 중국은행간시장거래상협회(협회)와 공동으로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한데 따른 결과다. 

증감회는 ​이날 다궁국제 이외에 둥팡진청(東方金誠), 신스지(新世界), 중청신 3개 신평사에 대해서도 관리감독 경고 처분을 내렸다. 

증감회는 다궁국제를 포함한 이들 4개 신평사에서 전반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이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이익충돌에 따른 예방시스템 부재, 독립성 원칙 위반, 평가 등급 인상 시 객관적 이유 부재, 평가대상 회사의 중대한 변화에 대한 관심 소홀,  자산증권화증권에 대한 실사보고 불충분, 현금흐름 예측 소홀 등이 그것이다.

증감회는 앞으로도 신평사들의 등급 허위 상향조정, 신용리스크 은닉 등 문제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적발시 고위 경영진에 책임을 물음으로써 중국 신용평가시장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증감회가 중국 국내 신평사에 대해 전문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는 최근 중국기업의 회사채 디폴트 급증의 책임 일부분이 신평사에 있다고 보고 손보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무역전쟁, 디레버리징(부채감축)으로 경기둔화가 심화된 가운데 중국의 채권 디폴트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채권시장에서 디폴트가 발생한 채권은 모두 123개로, 총 액수는 사상 최고치인 1198억5100만 위안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4~2017년 발생한 채권 디폴트 건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수준이다. 

특히 디폴트가 발생한 채권 대부분이 'AA' 등급 이상 평가를 받은 것이었다. 이로 인해 중국 신용등급 평가 시장에 만연했던 신용등급 부풀리기 등 문제가 불거지며 중국 신평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 중국에 속속 진출하는 외국계 신평사들 

사실 중국 비(非)금융 회사채 시장에서 'AA' 등급 이상 신용평가를 받은 채권이 90%를 넘게 차지한다. 외국 신평사와 비교하면 과대평가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는 AA+ 등급 이하 채권은 사실상 '정크본드'로 간주하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중국 신용평가 시장은 아직 발전 초기단계라 대다수 신평사가 전문성이 부족하고, 데이터베이스나 기술 면에서 국제수준과 비교적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국계 신평사들이 중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17년 7월 외국 신용평가사가 독자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 1월엔 글로벌 신평사 S&P는 베이징에 100% 자회사를 설립하며 인민은행으로부터 중국 내 신용등급 평가 업무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현재 무디스, 피치사도 중국 신용등급 평가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계획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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