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기업 위협한 스타트업의 ‘구독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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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9-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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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 산업혁명 만난 구독경제…의료‧헬스케어로 확산 중

  • 美中日 구독경제 시장 BIG3…한국은 분석‧통계자료조차 없어

[사진 = 달러 쉐이브 클럽 홈페이지]


#2011년 창업한 미국의 ‘달러 셰이브 클럽(DSC)'은 1달러만 내면 주기적으로 면도날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당시만 해도 면도기 시장은 질레트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DSC는 “왜 20달러나 내고 브랜드 면도날을 쓰죠? 19달러는 ‘로저 페더러’에게 간답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당시 질레트 모델을 페러디한 광고를 선보인다.

유니레버 연간 보고서(2017년)에 따르면 2012년 DSC의 매출은 400만 달러(약 45억원, 현재 환율 기준)에 불과했는데, 이 광고로 구독경제 방식을 차용한 서비스가 알려지면서 이듬해 매출은 1900만 달러(약 216억원)로 5배 뛰었다. 2015년엔 1억5200만 달러(약 1727억원), 2016년엔 1억8000만 달러(약 2046억원)까지 매출이 치솟았다.

창업 4년 만에 DSC는 면도기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온라인 판매 점유율에선 절반을 차지하며 질레트(21%)를 앞지른다. DSC는 2016년 세계 생활용품 2위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된다. 온라인 판매 점유율은 2017년(47~23%) 이후까지 이어졌다. 질레트는 같은 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가격을 20% 인하했다.

DSC의 ‘면도날 혁명’은 곧 이들의 시장 진입 모델인 ‘구독경제’에 쏠렸다. 구독경제의 합리적인 가격과 편리성, 무제한 이용이라는 매력은 스타트업‧중소기업에게 기존 시장을 점거하던 공룡기업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를 쥐여줬다.

국내 중소기업 역시 기존 주력산업 영향력에 얽혀 사업 확장 한계에 직면해 있는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 구독경제 활용이 주요하게 고려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세계 각국에서 거대시장 형성 중인 구독경제

해외에선 구독경제 모델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메기효과를 내는 스타트업‧중소기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이젠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대표적인 구독경제 모델이다. 미국의 ‘무비패스’는 한달 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영화 관람권을 제공한다. 지난해 6월 기준 3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스트리밍’이라는 회사는 월 139달러만 내면 명품의류 3벌을 보내주고, ‘르 토트’는 49달러에 횟수 제한 없이 옷을 빌려준다. 스웨덴 볼보와 미국의 캐딜락‧포드에도 구독서비스가 도입됐다.

월 구독료를 납부하면 콘텐츠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구독경제’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리면서 의료‧헬스케어 등의 분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포워드 헬스케어’는 월 149달러만 내면 수시로 병원에 가서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앱을 통해 의사와 24시간 상담도 가능하다.

‘펠로톤’은 실내자전거를 구매한 뒤 월정액을 내면 부착된 태블릿PC로 4000여개의 수업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지난해 1억70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세계 구독경제 시장은 내년 6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일본과 중국의 시장규모는 미국에 이어 2~3위다.

◆“그게 뭔가요?” 정부 무관심 속 홀로 버티는 국내 구독경제 선두 업체

국내에서도 구독경제를 활용한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중소기엽연구원에 따르면, 셔츠‧유아용품‧식자재 등 생필품부터 꽃‧술‧미술품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한 화훼 스타트업은 월 구독료에 따라 2주 또는 4주마다 맞춤형 꽃다발을 배송해준다. 2014년 창업 이후 올해 정기구독자는 10만명, 정기구독 꽃은 3만개로 성장했다. B2B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으며, 총 3개의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3개월마다 전문 미술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국내 인기 작가의 원화를 받을 수 있는 업체부터, 이용료를 지불하면 3만여권의 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도 현재 활성화됐다. 대기업인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라는 차량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구독경제에 무관심하다. 새로운 산업이나 혁신산업 등을 담당하는 경제부처 관계자 다수는 아예 구독경제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생소한 개념”이라며 “한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유경제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 등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부처에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면서도 “구독경제는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구독경제와 관련된 분석이나 통계자료는 없다.

조혜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독경제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은 관련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정책자금 지원을 받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한다”며 “구독경제 같은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함에 따라 정책지원 확대 이외에도 신규 사업 관련 규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황 분석이나 통계자료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구독경제 현황에 대한 상세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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