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의 ‘경찰 출석’…‘양치기 소년’의 입에 기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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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9-03-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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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 논란을 빚고 있는 정준영이 14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정준영의 자신의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고개 숙여 반성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머리를 묶고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정준영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의 휴대전화 원본 제출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오늘 조사 받으면서”라고 말끝을 흐린 뒤 다른 질문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조사실로 황급히 향했다.
 

[고개 숙인 정준영.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준영은 최근 ‘버닝썬 논란’으로 연예계를 은퇴한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와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준영은 2015년 말부터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여성들과의 성관계 사실을 자랑삼아 언급하며 몰래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등 수차례 동영상과 사진을 지인들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개월간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알려진 당시 피해자만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준영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차가웠다. 2016년 전 여자친구의 ‘몰카’를 찍어 논란을 빚은 정준영이 당시 기자회견 직전 지인에게 “죄송한 척 하고 올게”라고 말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는 등 전혀 반성 없는 행태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정준영의 연예계 활동은 사실상 끝났다. 정준영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 자신의 죄 값을 치르면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준영에게 기대해야 하는 것은 뭘까.

이번 사태는 도덕불감증으로부터 비롯된 한 개인의 반인륜적 범죄 수준을 넘어섰다. 서울 강남 유흥업소에서 터진 마약범죄와 성범죄, 경찰의 유착 의혹이 양파를 까듯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의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심지어 ‘경찰청장이 뒤를 봐준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경찰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밝혀내야 한다. 과연 경찰에서 그럴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정준영 입건이 ‘꼬리 자르기’식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중의 분노가 향하는 곳은 한 명의 고개 숙인 ‘양치기 소년’이 아니다. 정준영의 사죄에 또 속아 넘어가주며 기대하는 것이 있어서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정준영의 입을 통해서라도 경찰 유착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과 사회의 정의가 바로 세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승리도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경찰은 승리가 2015년 함께 설립을 준비하던 투자업체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 클럽 아레나 전 직원이자 이후 ‘버닝썬’에서 일한 김모 씨 등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승리의 성매매 알선 혐의(성매매처벌법 위반)를 수사 중이다. 유리홀딩스 유 대표도 이날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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