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흥미로운 전속계약, 출연계약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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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호 변호사
입력 2019-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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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서 없이 방송 출연, 출연계약 당사자는 '기획사'가 아닌 '연예인' 본인

  • 대법원 2016다256999 판결

1. 들어가며

최근 프로젝트그룹 워너원으로 유명한 강다니엘씨가 전속계약 해지의 의사가 담긴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연예계에서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는 전속계약, 출연계약, 모델계약 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계약유형은 모두 민법이 예정한 전형적인 계약유형(=전형계약)이 아니고, 비전형계약으로서 개개의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과 계약에 이르게 된 당사자의 의사와 전후사정이 중요한 계약해석의 준거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계약서의 내용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K-Culture의 지위에 비하여 매우 조악하고 포괄적이며,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기에 분쟁이 잦은 편이다.

연예인은 보통 연예기획사(소속사)에 전속하여 활동하면서(전속계약), 자신만의 재능과 대중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한다(출연계약, 모델계약 등). 오늘은 비교적 최근(2019. 1. 17.)에 선고된 대법원 판례(2016다256999)를 통해 전속계약과 출연계약의 실체를 알아보고자 한다.

2. 사건의 개요

유재석, 김용만은 2005. 3.경 연예기획사인 주식회사 스톰이앤에프와 사이에 전속계약을 각각 체결하였다. 각 전속계약의 내용은 거의 동일하였는데, 2006. 3.부터 2011. 2.까지 5년간 방송, 공연 등에 출연하는 모든 연예활동의 교섭 및 계약 체결 등에 관한 권리를 스톰에게 위임하고 정산문제 등 쌍방의 권리·의무를 정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스톰은 유재석, 김용만의 제반 법률행위를 대행, 매니지먼트할 독점적 권리를 가지고(전속계약서 제3조 제1항), 방송 출연계약 등에 대한 모든 교섭, 체결, 유지, 종료 등의 일체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전속계약서 제3조 제2항). 또한 유재석, 김용만의 연예활동으로 인한 모든 수익금은 원칙적으로 스톰이 수수한 후 협의 하에 사후정산을 거쳐 원고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에 의하고(전속계약서 제7조 제2항),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8의 비율로 배분함을 원칙으로 하였다(전속계약서 제7조 제1항).

실제로 유재석은 2010. 6. 3.부터 2010. 10. 7.까지 KBS의 ‘해피투게더’ 프로그램에 19회 출연하였고, 2010. 5.경부터 2010. 10.경까지 MBC의 ‘무한도전’과 ‘놀러와’ 프로그램에 출연하였으며, 2010. 7. 11.부터 2010. 9. 26.까지 SBS의 ‘런닝맨’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김용만도 2010. 6. 2.부터 2010. 8. 18.까지 KBS의 ‘비타민’ 프로그램에 11회 출연하였고, 2010. 6. 1.부터 2010. 7. 31.까지 SBS의 ‘자기야’와 ‘월드컵응원전’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따라서 위 전속계약서에 따르면 방송사 프로그램에 각 출연하여 출연료를 받게 되는 ‘출연계약’의 체결에는 ‘전속계약’에 근거한 스톰이 관여하여 체결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로 인한 각 출연료도 스톰이 수령한 뒤 사후정산을 거쳐 지급되었어야 했다.

문제는 2010. 6. 24. 스톰이 방송 3사에 대한 출연료채권을 포함한 일체의 채권을 제3자(케이앤피)에게 양도하였고, 스톰의 채권자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방송 3사 전부 또는 일부를 제3채무자로 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채권가압류 결정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직접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던 유재석과 김용만 역시 2010. 10.경 직접 자신에게 출연료를 지급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다수의 사람들이 출연료채권이 각자 자신에게 귀속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고,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한 연예인들인 유재석과 김용만, 그리고 그들의 연예기획사인 스톰, 스톰의 채권양수인과 채권자들이 각 출연료채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누가 진정한 권리자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민법 제487조 및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연료를 혼합공탁하게 된 것이다.

3. 문제되는 상황 – 전속계약과 출연계약의 관계

대세적·배타적 효력을 가지는 물권(物權)은 제3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으나, 상대적·대인적 효력을 가지는 채권(債權)은 채권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즉, 전속계약서의 문구상 스톰이 유재석, 김용만의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제반 법률행위를 대행, 매니지먼트할 ‘독점적’ 권리를 가지고, 방송 출연계약 등에 대한 모든 교섭, 체결, 유지, 종료 등의 ‘일체의 권한’을 가진다고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채권관계는 제3자인 방송사에게 당연히 미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방송사가 체결한 ‘출연계약’의 ⓐ 당사자가 연예인 본인인지, 소속 연예기획사인지, ⓑ 출연료를 직접 지급받을 수 있는 자(=직접 청구할 수 있는 자)가 연예인 본인인지, 소속 연예기획사인지는 ① 해당 ‘출연계약서’의 기재내용(문언)을 기초로 하여, 계약체결의 전후과정 및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문제일 뿐이고, ② 연예인과 소속 연예기획사 사이의 ‘전속계약서’의 기재내용(문언)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출연계약서’의 기재내용이라 할 것인데, 출연계약서가 조악하여 그 기재만으로 당사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아니면 출연계약서 자체가 없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출연계약은 낙성·불요식의 비전형계약이므로 그 성립에는 특별한 요식행위나 현실적 급부의 이행을 요구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해당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이유는 그 연예인이 가지는 재능과 이미지를 방송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출연계약의 핵심은 출연료의 지급과 함께 ‘해당 연예인의 프로그램 출연’인 점을 고려하면, ‘출연계약’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전속계약’을 근거로 연예기획사가 당사자가 된다는 해석론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4. 대법원의 태도(2016다256999)

대법원의 이번 2016다256999 판결은 바로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출연계약의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해당 연예인 본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따라서 방송3사에 대한 출연료채권은 소속 연예기획사가 아닌 ‘연예인 본인’에 귀속된다고 보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고들(=유재석, 김용만)이 방송 3사의 각 프로그램에 출연한 데 대하여 방송 3사는 출연료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였다. 이때 그 출연료지급채무의 상대방, 즉 출연료채권의 귀속 주체는 방송 3사와 사이에 체결된 방송프로그램 출연계약의 내용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방송 3사가 공탁하고 원고들이 권리를 주장하는 해당 기간의 프로그램 출연료에 관하여 직접 근거가 될 수 있는 출연계약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스톰과의 전속계약기간에 원고 1이 출연한 일부 프로그램에 관하여 과거에 작성된 출연계약서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경우 방송프로그램 출연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출연계약의 내용, 출연계약 체결의 동기와 경위, 출연계약에 의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원고들이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계약은 연예인인 원고들의 출연행위를 목적으로 한다. 방송프로그램 출연행위는 일신전속적인 급부를 제공하는 행위이고, 특히 원고들과 같이 인지도가 매우 높고 그 재능이나 인지도에 비추어 타인이 대신 출연하는 것으로는 계약 체결 당시 의도하였던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연예인인 경우, 원고들이 부담하는 출연의무는 부대체적 작위채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적어도 교섭력에 있어 우위를 확보한 원고들과 같은 연예인의 경우에는 어떠한 프로그램에 어떠한 조건으로 출연할 것인지를 전속기획사가 아니라 연예인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인 출연계약의 모습이다.

또한 방송프로그램에 원고들과 같이 인지도가 있는 특정 연예인을 출연시키고자 하는 출연계약의 목적에 비추어 방송사로서도 전속기획사가 아니라 그 연예인을 출연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것이 연예인의 출연을 가장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출연계약의 특성, 이 사건 출연계약 체결 당시 연예인으로서 원고들이 갖고 있었던 영향력과 인지도, 연예기획사와의 전속의 정도 및 출연계약서가 작성되지 아니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방송 3사는 연예인인 원고들을 출연계약의 상대방으로 하여 직접 프로그램 출연계약을 체결한다는 의사로서 행위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정산 및 수령 조항 또는 원고들과 스톰 사이에 체결된 전속계약 내용을 들어, 제3자인 방송 3사와 프로그램 출연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스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밖에 스톰을 출연계약 당사자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방송 3사는 전속계약기간 중에도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관해 사전에 원고들의 의사를 확인하고서야 스톰에게 출연료를 지급해 온 것으로 보인다.

5. 전속계약이 출연계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예기획사가 출연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

‘전속계약’의 내용상 소속 연예인들의 업무처리의 편의를 위해 전속 연예기획사에게 출연계약의 체결을 대행하게 하거나 출연료를 수령하게 하였을지라도, 이는 연예인들을 위하여 출연계약의 체결 및 출연금의 수령 행위를 ‘대리’ 또는 ‘대행’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전속계약’에서 소속 연예인들의 연예활동으로 인한 수익금은 모두 연예기획사가 수령한 다음 정산을 거쳐 소속 연예인들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소속 연예인과과 전속 연예기획사 사이에서 수익금 수령 및 내부 정산의 방법에 관하여 합의하였다는 것을 의미할 뿐, 이러한 점이 ‘출연계약’의 당사자 확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다만, 인지도가 거의 없는 신인이나 연습생 등의 경우라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방송사의 입장에선 연예기획사의 홍보나 로비 등을 통해 해당 연예기획사에 전속된 신인이나 연습생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출연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연 연예인이 누구인지 보다는 어디 소속인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즉 방송산업계에서 해당 연예인의 인지도, 기획사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연예기획사뿐 아니라 출연계약의 상대방인 방송사도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 개인이 아니라 연예기획사를 출연계약의 당사자로 하여,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출연계약을 체결할 의사였다면, 그 연예기획사가 출연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된다.

6. 결론

이상으로 대법원의 2016다256999 판결을 통해 출연계약의 실체와 전속계약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았다. 위 판결을 통해 우리는 연예인의 세계는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엔터테인먼트계약 또는 엔터테인먼트법 만큼은 현실세계의 계약법질서에 따라 규율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체결되는 출연계약과 달리, 전속계약은 비교적 장기의 계약기간으로 그 계약내용(특히 정산비율)이 고정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비교적 인지도나 지명도가 낮은 신인시절, 연습생시절에 약자의 입장에서 체결한 전속계약의 계속 중에,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면 전속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방송사에서 인식하는 출연계약의 당사자는 이제 자신이 소속된 전속 연예기획사가 아니라, 연예인 본인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높아진 출연료와 인지도, 대중적 인기에 비추어 보면, 약자의 입장에서 체결한 전속계약의 내용, 특히 정산비율 등에 있어서는 그 괴리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여겨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유재석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8 SBS 연예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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