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미세먼지에 갇힌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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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9-03-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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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가 바꾼 대한민국 자화상

경제부 원승일 기자[사진=원승일 기자]


“오늘 잘 놀았어요?” 5살 아들의 뜻밖의 대답, “미세먼지가 나빠서 못 놀았어요. 밖에 못 나가서.”

지난 한 주 내내 전국을 뒤덮은 고농도 미세먼지는 아이들을 잡아 삼켰다. 어린이집을 포함한 일부 학교는 체육활동 등 실외수업을 금지해 아이들이 안에 갇힌 신세가 됐다. 단축수업을 해 일찍 하교한 아이들은 집에 갇혔다.

미세먼지는 경제도 삼켰다. 사람들이 외출을 최대한 삼가면서 전통시장, 오프라인 매장 등 '길거리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미세먼지(PM10) 수치가 80㎍/㎥를 초과하는 '나쁨' 상태를 나타내는 날이 하루씩 증가할 때마다 대형소매부문 판매가 0.1%씩 감소한다고 밝혔다.

역으로 마스크, 공기청정기 등 온라인 판매가 급증하긴 했지만 유통업계는 전체적인 소비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토로했다.

미세먼지가 반도체 등 불량률을 높이고 품질관리 비용도 커져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미세먼지 양극화를 뜻하는 ‘더스트 디바이드(dust divide)’란 말도 생겼다.

마스크의 경우, 3900원짜리 나노필터 마스크(10개들이)부터 겉면만 14만원, 필터를 별도 구매할 경우 23만원이 훌쩍 넘는 것도 있다. 공기청정기도 20만원에서 70만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달거나 공기정화 식물을 두는 가구가 있는 반면, 1000원짜리 1회용 마스크를 며칠씩 쓰는 저소득층도 있다.

"아기랑 괌에서 한 달 살다 오려고요."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 아이와 함께 해외로 피신하는 엄마들도 있다.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를 어떻게 지켜내느냐에 따라 '맘부격차(Mom+빈부격차)'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미세먼지는 사람들 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누구보다 아들의 심리가 좋지 않다. 10일 비가 와서 미세먼지는 거쳤지만 우리 아이는 입이 삐죽 나왔다. 밖에서 못 놀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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